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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몽글몽글한 감정 처음이야”

발달장애 청년들의 첫 연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1 2026 03:03 PM

SBS 스페셜 ‘...몽글상담소’


스무 살이 넘었지만 혼자 낯선 곳에 가본 적 없는 청년, 서른 살이 넘었지만 부모님께 소개팅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청년, 그래서 사랑이 시작될 때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껴 보지 못한 ‘몽글씨’들이 특별한 연애 상담소를 찾았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8주 동안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사랑해 볼 수 있는 곳. ‘몽글상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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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에서 상담소장으로 발달장애 청년들의 첫 연애를 돕는 이효리·이상순 부부. SBS 제공

 

지난 8일 처음 방송한 SBS 스페셜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는 짝을 찾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발달장애 청년들의 첫 소개팅, 첫 데이트, 첫 연애 여정을 기록한 3부작 다큐멘터리다. 호평 속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톱10에 안착하는 등 이례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은 발달장애 남동생을 둔 PD의 5년 전 기획안에서 출발했다. 18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만난 고혜린 PD는 “스무 살에도 어린 아이처럼 느껴지는 동생을 보며 ‘나는, 사회는 동생을 성인으로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됐다”면서 “제일 상상하기 어려운 지점이 ‘연애’라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장애 당사자나 가족이 위로보다 막막함을 느끼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이 마음을 짓눌렀다. 고 PD는 “5년간 스스로 검열하고, 전문가 조언을 구해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출연자 모집이 시작되자 각지에서 신청과 추천이 쏟아졌다. 그만큼 현실에서 발달장애 청년이 새 인연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방증이다. 선정 기준은 ‘얼마나 진심인가’ ‘이 도전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였다. 자폐스펙트럼 청년 지훈은 10년간 매일 써 온 기록 노트를 내밀었는데, ‘나는 2025년에 결혼을 할 것이다’라고 쓴 첫 장부터 연애에 대한 깊은 열망이 느껴졌다고 고 PD는 전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N잡러’ 지현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고, 과거 상처로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다운증후군 배우 지원은 “친구 하나 만들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안고 몽글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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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상담소'를 통해 생애 첫 소개팅에 도전한 유지훈(왼쪽부터), 오지현, 정지원씨. SBS 제공

 

소개팅과 데이트가 이어지지만, 방송은 로맨스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보다 몽글씨들이 안전지대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모든 ‘처음’의 순간을 비중 있게 비추며 응원한다. 길 찾기를 어려워하는 지현이 난생처음 혼자 지하철 여덟 정거장 떨어진 소개팅 장소까지 찾아가는 과정이나 훈련장과 집만 오갔던 국가대표 수영선수 인국이 불안감을 견디며 낯선 상대와 30분 넘게 대화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소개팅에 임하면서도 함부로 상대를 평가하거나 저울질하지 않는 몽글씨들의 모습에는 “나보다 훨씬 낫다” “인생을 다시 배웠다”는 시청 평이 잇따랐다.

'상담소장' 이효리·이상순 부부도 몽글씨들의 장애가 아닌 새 도전에 임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석에서 고 PD의 기획 의도를 들은 이효리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달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직접 주제곡까지 불렀다. 고 PD는 “두 분이 촬영 전 그저 진심과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마음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주셨다”고 했다.

“‘연애하고 싶어요’로 시작하지만 ‘꼭 연애해야 돼요’로 끝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고 PD는 강조했다. 연애는 청춘이 삶의 반경을 넓히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고, 몽글씨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여러 발달장애 청년이 처한 상황이나 현실 연애는 방송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반겼다. 고 PD는 “연애를 하든 안 하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일단 던지고 싶었다”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비판이 제기되는 건 그 시작점 이후 해야 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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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를 연출한 고혜린 PD. SBS 제공

 

몽글상담소의 마지막 이야기는 오는 22일 방송된다. 고 PD는 정규 편성이나 후속 제작 가능성에 말을 아꼈지만, 못다 한 이야기가 차고도 넘쳐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몽글씨들의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더 담고 싶어요. 이번에 연애의 첫 시작을 다뤘다면, 이후 서로 부딪치고 받아들이는 조금 깊어진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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