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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3시간 해도 소용없다"
토론토대 '운동학과' 기획취재
- 최이지수 기자 (media2@koreatimes.net)
- Mar 19 2026 10:50 PM
더그 리차드 교수·학생 장지영씨 "가장 포괄적인 건강 학문 중 하나" 의료·교육·재활로 넓게 뻗은 진로
“하루 3시간 운동을 한다고 해도 8시간 앉아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8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것의 부정적 효과는 어떤 활동량으로도 상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해진다는 통념을 뒤집는 말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운동학(Kinesiology)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얼마나 운동하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오래 가만히 있느냐’의 심각성을 중요하다고 본다.

더그 리차드 토론토대 교수는 “움직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움직임과 운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그의 강의 모습. 이하 사진 조휘빈 기자
토론토대 운동학 및 체육학과 교수 더그 리차드씨는 지난달 26일 본보와 토론토대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운동학은 스포츠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다”라며 “움직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움직임과 운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학을 “가장 폭넓은 건강 관련 학문 중 하나”라고 정의했다.
리차드 교수는 ‘움직임 중심 사고’를 누구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는 트레드밀 책상 위에서 걸으며 일한다. “일할 때 걷는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습관 소개가 아니라, 운동학이 지향하는 철학을 압축한다. 건강은 하루 한 번 몰아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지 않는 생활 전반의 리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더그 리차드 토론토대 교수가 그의 사무실에서 트레드밀 위에 책상을 설치해 걸으며 업무를 보고 있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만 가는 전공 아니다”
운동학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만 가는 전공’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토론토대 재학생 장지영씨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처음에는 건강이나 헬스 중심의 전공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넓게 배운다”며 “심리학, 생리학, 해부학, 여성 건강까지 배우면서 사물을 폭넓고 분석적으로 보는 법을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본보는 토론토대학교에서 재학생 장지영(가운데)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장씨는 9학년 때 토론토에 온 뒤 선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처음 운동학이라는 전공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인체와 움직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고, 아름다운 캠퍼스 환경도 진학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이 전공은 학생들의 생활 방식도 바꿔놓는다. 장씨는 “권장 수면량, 운동량 같은 내용을 많이 배우다 보니 나도 운동을 더 해야겠고 잠도 더 자야겠다고 느끼게 된다”며 “공부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 지식이 시험과 과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 자체를 재구성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토론토대 재학생 장지영씨가 골드링 센터의 매킨토시 클리닉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해부학의 벽, 함께 넘는 공부
물론 공부가 마냥 쉽지는 않다. 장씨는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1학년 해부학을 꼽았다. 외워야 할 내용이 많고 개념 범위도 넓어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대신 혼자보다 함께 공부하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모르는 개념이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도와가며 배웠다”며 “운동을 많이 하는 친구들은 근육이 잘 보여서 실제 몸 구조를 보며 이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딱딱한 암기가 아니라 실제 신체를 관찰하고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지식이 살아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런 학습 방식은 운동학이 지닌 실천적 성격과도 닿아 있다. 리차드 교수 역시 “무엇을 듣는 것은 잊어버리기 쉽고, 보는 것은 기억하게 되며, 직접 하는 것은 이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강의실뿐 아니라 실험실, 실습실, 운동 공간이 교육의 핵심이 되는 이유다.

토론토대 골드링센터 내 위치한 매킨토시 클리닉에는 학생들이 환자와 소통하며 실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실습은 보너스가 아니라 핵심”
토론토대 골드링센터와 매킨토시 클리닉은 이런 교육 철학이 실제로 구현되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대학 대표 선수들이 물리치료사와 함께 치료를 받고, 학생들은 상급 학년에서 실습을 진행하며 환자와 보다 가까이 소통하는 경험을 쌓는다.
운동학이 단순한 이론 전공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몸과 삶을 다루는 현장형 학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차드 교수는 어떤 실습이든 학생들에게 큰 이점이 된다고 본다.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직접 측정하고 몸으로 확인하며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을 넘어 직업 세계를 미리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리차드 교수는 AI를 막기보다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AI 사용 사실을 숨기지 않고, 어떤 부분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도 쓰되, 숨기지 말라
이번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AI 활용에 대한 태도였다. 리차드 교수는 AI를 막기보다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전제는 분명하다. AI 사용 사실을 숨기지 않고, 어떤 부분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챗봇을 썼는지,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 생성된 내용을 어떻게 수정했는지까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생들도 이미 이를 학습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씨는 과제를 할 때 헷갈리는 개념을 정리해 달라고 하거나, 시험 기간에는 객관식·단답형 예상 문제를 만들어 복습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금지와 허용의 이분법을 넘어, 학습 효율과 윤리를 동시에 고민하는 대학 교육의 현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의료·교육·재활로 넓게 뻗은 진로
운동학의 강점은 진로 선택 폭이 넓다는 데 있다. 리차드 교수에 따르면 졸업생의 절반 이상은 의료 분야로 진출한다.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 치과계열, 카이로프랙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 30%는 교육 분야로, 나머지는 피트니스 트레이너나 스트렝스 코치 등 신체활동 관련 직업으로 나아간다.
일부는 움직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를 택하기도 한다. 장씨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않았지만, 재활 분야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공부가 결국 사람의 회복을 돕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장지영씨는 운동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분석적으로 다가가려는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왜 인간의 움직임이 흥미로운지 스스로 물어야”
리차드 교수와 장씨가 공통적으로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전공은 단순히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잘 맞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 몸의 움직임을 왜 흥미롭게 느끼는지, 그것을 얼마나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운동을 좀 더 분석적으로 다가가려는 호기심이 있어야 이 전공을 더 재밌게 즐기고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수업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값진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운동학은 결국 ‘몸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전공이 아니다. 몸을 이해하고, 움직임을 해석하고, 건강을 삶 전체의 구조 속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토론토대 운동학 수업이 던지는 질문도 그래서 단순하다. 얼마나 운동하느냐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움직이며 살고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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