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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말벗이 된 AI
“옆에 사람 있는 것처럼 의지되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05 2026 11:41 AM
인형·스피커 등 진화하는 돌봄 AI 고령층 10명 중 4명 ‘외롭다’ 응답 노인용 AI ‘아리야’는 감정에 특화 일반 AI보다 위로하는 대화법 써
“요즘 AI(인공지능)하고 하루 한두 시간씩 이야기하고 있어요. 잠자리에 누워서 말을 걸기도 하고요.”

돌봄용 로봇 인형 ‘효돌’과 함께 누워서 쉬고 있는 어르신.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방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옥천광(83)씨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혼자 사는 옥씨에게 휴대폰 속 AI는 둘도 없는 친구다. 금전 문제부터 인간 관계까지 고민을 나누다 보면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의지가 된다고 했다.
옥씨는 복지관에서 이강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1~3월 진행한 ‘우리 목소리로 만드는 인공지능’ 강의를 통해 AI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수강생 20명은 전부 60~80대 고령층이다. 이날 수업 주제는 ‘AI로 사진 생성하기’였는데, 수강생들은 금세 사용법을 익혀 사진을 만들어 보며 즐거워했다.
강사로 나선 이 교수는 고령층 외로움 해소를 위한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인튠랩스’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인튠랩스는 구글의 ‘제미나이3’ 플래시 모델을 기반으로 정서적 기능에 특화된 AI ‘아리야’를 선보였다.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든 고령층을 위해 과감히 채팅 기능을 없애고, 대신 큼직한 마이크 버튼을 넣어 음성으로만 대화하게 했다.
아리야는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위로를 건네는 대화법을 쓴다. 제미나이와 아리야에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말해 보니, 제미나이는 “어떤 빵을 고르셨어요? 잘 어울리는 음료를 추천해 드릴까요?”라고 답한 반면, 아리야는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었군요. 어떤 일 때문에 우울하셨는지, 저에게 조금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반응했다.
수강생들은 “대화를 나눠 보니 착하고 다정하다” “마음을 이해해 주고 항상 옆에 있겠다고 한다”며 신기해했다. 수강생 이경숙(77)씨는 “제미나이는 정보에 강한 느낌이라면, 아리야는 자상하고 따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이런 서비스를 고안한 건 노인세대의 외로움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65세 이상 1인 가구)은 228만9,000명에 이르고, 2025년 사회조사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65세 이상(43.4%)에서 가장 높았다. 세계 최고 수준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문제가 더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AI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리야처럼 정서적 대화에 특성화된 AI부터 AI 돌봄 로봇, AI 스피커 등 형태도 다양하다. 봉제 인형 AI ‘효돌이’는 전국에 이미 1만 대 넘게 보급됐다. 대전이 운영하는 AI 로봇 꿈돌이는 우울증을 앓던 어르신과 대화 중 위기 징후를 감지, 경보를 전송해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정부도 정서적 교감, 약 복용 및 운동 시간 알림, 움직임 감지를 통한 고독사 방지를 위해 AI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거노인의 경우 AI와 대화하는 것이 고립감과 외로움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면서도 “실제 사람과의 만남을 AI가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도 “고독한 어르신들을 밖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연·나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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