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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없이 산모·태아 생명 위협하는 ‘임신중독증’

늦깎이 예비맘, 혈압·체중 주의하세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04 2026 01:49 PM

임신부 4~8% 질환, 고령 임신에 증가 예방법 없어 조기발견·빠른 대응 중요 출산 후에도 심혈관 질환 위험 높여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6.8%) 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율 기준으론 2007년(10.0%) 이후 가장 높고, 증가 규모로 보면 2010년(2만5,000명) 이후 최대다. 이에 힘입어 합계출산율 역시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 임신은 다양한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데, 그중 하나가 임신중독증(전자간증)이다.
 


예방법 없어... 고위험군은 아스피린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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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임신중독증은 임신 중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며 간‧신장 등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산모와 태아가 사망할 위험까지 있는 주요 임신 합병증으로, 통상 임신 20주 이후에 발생한다. 전체 임신부의 약 4~8%에서 나타나며, 최근엔 고령 임신과 함께 점차 증가 추세다.

문제는 뚜렷한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감지될 무렵이면 이미 질환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면서 단백뇨가 있으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한다. 단백뇨가 없더라도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혈소판 감소, 간 효소 증가, 극심한 윗배 통증, 두통, 시야 흐림 등이 나타나면 중증으로 판단한다. 일주일에 체중이 1㎏ 이상 급격히 증가하거나 거품뇨, 심한 부기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의심 증상이다. 임신부 진료 때마다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임신중독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임신중독증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중한 합병증은 자간증(경련)이다. 경련이 시작되기 전에 심한 두통, 시야 흐림, 눈부심, 의식 혼미 같은 증상을 먼저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경련이 심하면 사망이나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헬프(HELLP) 증후군 역시 치명적이다.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Hemolysis), 간 기능 장애(Elevated liver enzymes), 혈소판 감소(Low platelets)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질환으로, 혈액과 간 기능에 동시다발적으로 심각한 이상이 생기는 위중한 상태를 뜻한다. 전체 임신중독증 환자의 약 15%에선 고혈압‧단백뇨 같은 전형적인 증상 없이 헬프 증후군이 먼저 나타난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중독증 초기에는 특이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언제라도 심한 합병증으로 급격히 진행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이 입원을 권유한다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독증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 모든 임신중독증 환자의 태아에게서 성장 지연이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산소와 영양 공급이 감소하면 태아 성장이 늦어질 수 있다. 자궁에서 태반으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에 문제가 생길 경우 태반이 정상보다 일찍 떨어지는 태반 조기 박리가 나타나는데, 그러면 산소와 영양 공급이 갑자기 차단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은 물론, 출혈로 산모 역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송관흡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주수에 따라 산모의 혈압을 조절하고 태아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면서 적정 분만 시기를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태에 따라 자연분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임신중독증을 완벽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35세 이상 초산,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 다태아 임신, 임신중독증 병력, 만성 고혈압‧당뇨병이나 신장 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임신 12~28주 사이부터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게 좋다.
 


출산 이후에도 혈압 관리 필수

간과하기 쉬운 것은 출산 이후의 관리다. 분만 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임신중독증의 그림자는 길게 남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 내과학’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임신 중 고혈압 질환을 겪은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장기 복합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1.62배 높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심혈관 질환이 함께 생길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특히 기존에 고혈압이 있던 산모에게 임신중독증이 겹친 ‘중첩 전자간증’의 경우 장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일반 산모보다 약 3배 높았다. 2010~2018년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57만843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고혈압과 출산 후 장기 심혈관 질환 위험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다. 임신 중 고혈압은 출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전조 신호’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준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임신 중 혈압 문제를 출산과 함께 끝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게 아니라, 향후 심혈관 건강을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히 기존 고혈압에 전자간증이 겹친 고위험 산모는 출산 후에도 정기적인 심혈관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로 심혈관 질환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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