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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위기
신호식의 재테크 맛집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02 2026 03:13 PM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로, 이란과 서방의 갈등에 따라 언제든 봉쇄될 수 있는 '다모클레스의 검'과 같은 곳이다. 이 해협의 긴장은 즉각적인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상시적인 위협 요소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통로가 그곳에 매달려 있었다. 모두가 그 실이 얼마나 얇은지 알고 있었지만, 그 검이 실제로 떨어지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몇 대의 드론과 소규모 무장 세력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 한국, 인도, 중국처럼 중동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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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갈등이 끝나더라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이 멈춘다 해도,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미래의 이란 정권이든, 혹은 산악지대에 숨어 있는 비국가 세력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위협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른 해상 요충지와 다르다. 예를 들어 파나마 운하나 말라카 해협이 막힌다면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우회 항로가 존재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대체 경로가 없다. 일부 파이프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정학적 뉴스가 아니라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앞으로도 같은 방식에 계속 의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대안은 이미 등장해 있다. 재생에너지 비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여러 국가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셰일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열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의 변화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계가 석탄에서 석유로 넘어가던 시기와 비슷한 전환점일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변화는 하나의 목적지로 향하지 않는다. 각 국가는 자신이 가진 자원과 지리적 조건에 맞게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가진 미국은 여전히 탄화수소 중심의 에너지 경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원이 부족한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에 크게 의존했던 유럽 역시 에너지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국가도 나타날 수 있다.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가진 칠레 같은 나라는 자신이 가진 자원과 환경에 맞는 에너지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석유 한 배럴이 어디서나 같은 가치로 적용되는 세계에서 각 나라의 지리와 자원에 따라 에너지 전략이 달라지는 새로운 시대로 이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방향이 잡히면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구조를 바꾸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작동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시장은 항상 뉴스 헤드라인에 흔들린다. 최근 시장의 관심은 인공지능에서 중동 전쟁으로 빠르게 옮겨갔고, 유가의 급등과 변동성 확대는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시장의 역사는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보면 지정학은 소음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길게 놓고 보면, 결국 모든 것은 지정학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번 위기는 바로 그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변동과 시장의 불안을 설명하는 사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에너지 질서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파장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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