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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문장 명료해 번역 수월 제주어 ‘어멍’ ‘아방’ 결 살려”
‘작별하지 않는다’ 공동 번역 페이지 모리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03 2026 02:10 PM
“미국, 번역문학에 개방적이지 않아 수상 알리는 문자, 스팸으로 착각”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다 보면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번역 문학에 그리 개방적인 시장이 아니거든요."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판.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오른쪽 사진) 번역가가 영어로 옮겼다. 펭귄랜덤하우스·페이지 모리스 제공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영어판 제목 'We Do Not Part')를 영어로 옮긴 페이지 모리스(31) 번역가는 "수상 소식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처음엔 스팸으로 착각할 뻔했다"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1975년 상 제정 이후 번역 소설의 수상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번에 걸쳐 서면으로 만난 그는 "소설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의 특정 역사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감정적 주제는 그 맥락을 훨씬 넘어 울림을 준다"며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역사와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이 작품이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읽히는 이유다.
그는 이예원 번역가와 함께 소설을 옮겼다. 앞서 박경리의 '불신시대'('The Age of Doubt')를 공동 번역했던 이 번역가가 2022년 늦여름 작업을 제안했다. 그는 "서로 번역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는데 그게 한강의 작품일 줄은 몰랐다"며 "이미 작가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상태여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 목소리를 믿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번역가와 총 13장으로 이뤄진 소설을 6.5장씩 나눠 번역했다. 각 장의 초고를 서로 꼼꼼히 살펴보며 의견을 주고받았고, 전체 초고가 완성된 뒤에는 하나의 문서에서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문장을 워낙 다듬어서 나중에는 어느 부분을 누가 번역했는지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국과 제주 고유의 문화적 결을 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4·3 당시 민간인을 학살한 극우단체 서북청년회의 줄임말인 서청을 'Seocheong'으로, 제주어인 '어멍'과 '아방'을 'umung' 'abang'으로, 음식 '죽'을 'juk'으로 옮기는 식.
그는 "수정 단계에서 한강 작가와 직접 소통했는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까지 매우 세심하게 답해줘 인상 깊었다"고 했다. 가령 영어로는 동물도 성별을 밝혀 표기를 하기에 한강 작가와 논의한 끝에 작중 '인선'이 키우던 새 '아미' '아마'를 'He' 'She'로 번역했다. 그는 "한강의 문장은 서정적이고 이미지가 풍부하지만 동시에 명료하고 정밀해서 생각보다 번역이 수월한 측면도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4·3의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다뤄야 했던 게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인 그는 브라운대(민족학 및 문예학 학사)와 럿거스대(문예창작 석사)를 거쳐 성균관대 비교문화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 논문을 쓰는 중이다. 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번역서가 부족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직접 번역에 나섰고,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멘토십 프로그램에서 재닛 홍 번역가의 지도를 받으며 전문 번역가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이후 대부분 시간을 보낸 서울이 이젠 '제2의 고향'이라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영어권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주목하는 작가로는 서장원, 위수정, 백수린, 김희진, 박문영, 이종산을 꼽았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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