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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막힌 호르무즈, 2차 종전 협상 안갯속
잇단 선박 피격… 레바논서도 충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19 2026 09:50 AM
트럼프 호들갑·고집에 분위기 급랭 ‘핵 밀당’ 계속… 백악관 주말 회의
호르무즈해협 개방이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란이 미국의 화답 거부를 이유로 봉쇄 해제 선언을 거둬들이면서다.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던 양국 간 종전(終戰) 협상 재개 논의도 ‘불신의 벽’을 좀체 넘지 못하는 형국이다.

17일 호르무즈해협 상공에서 미군 AH-64 아파치 헬기들이 초계 비행을 하고 있다. 18일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가 엑스(X) 계정을 통해 배포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봉쇄 풀지 않은 미국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가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해협은 군대(이란군)의 완전한 관리와 엄격한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다. 첫 협상이 결렬된 뒤 이란 항구 입출항 선박을 대상으로 미국이 착수한 해상 봉쇄가 철회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대변인인 마흐디 타바타바에이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신뢰를 거듭 배반하고 이 위대한 양보(해협 개방)를 선전에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입장 번복은 불과 하루 만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 뒤 엑스(X)를 통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은 미 동부시간 기준 21일(이란 기준 22일)까지다.
재봉쇄 천명 뒤에는 무력 시위가 뒤따랐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고속공격정 두 척이 오만 인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한 척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고했다. 오만 북동부 해상에서 컨테이너선 한 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의해 공격당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이스라엘도 휴전 합의를 어기고 자국 군대에 접근한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자국 공군을 동원,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테러 조직을 제거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국은 도리어 대(對)이란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해상 봉쇄를 풀지 않은 미국은 며칠 내로 호르무즈해협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란 연계 선박을 나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자금줄을 끊기 위해 해상 봉쇄와 병행하기로 결정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제재 대상은 미군의 합법적 나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란 정권에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및 자국 핵심 요구인 핵무기 개발 포기를 강제하려는 의도라고 WSJ는 해석했다.
휴전 합의 만료 D-3
전날까지 “하루이틀 내”에 가능하다며 협상 타결을 자신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낙관론을 유지했다.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 행사 취재진에 “그들은 수년간 그래 온 것처럼 다시 해협을 폐쇄하려 하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 없다”며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중단시키며 이란의 요구를 들어주고 호르무즈해협 개방 발표를 끌어낸 전날만 해도 협상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기류였다. 주말쯤(18, 19일) 2차 대면 협상이 성사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예상이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란이 강경하게 돌아서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마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하메네이 모즈타바는 ‘이란군의 날’인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해군은 적들에게 새로운 패배의 쓴맛을 보게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투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위기와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도 “임박한 휴전 시한을 앞두고 협상과 전쟁을 트럼프 행정부가 저울질하는 와중에 나타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농축=핵무기’ 단순 논리
트럼프 대통령의 호들갑은 상황 악화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중 연설 및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보유 중인 핵무기급 고농축(60%) 우라늄 약 440㎏의 대미(對美) 반출에 동의했다며 전면 양보를 받아 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첫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X에 미국 대통령이 “한 시간에 7가지 주장을 제기했는데 7개 전부 거짓”이며 “그런 거짓말로는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협상장에서도 이룰 게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이란 외무부도 반출은 없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드림시티교회에서 열린 미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앞으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느냐와 비축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담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농축 권리를 인정하되 이란은 농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식의 합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을 전부 갖고 나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딴소리를 할 경우 이란이 속수무책인 만큼 3.6% 이하 농도로 희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당시 합의를 넘어서는 게 현실적 타협안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 이란 부(副)특사를 지낸 리처드 네퓨는 FT에 모든 수준의 농축을 핵무기와 동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스러운 인식이 합의에 큰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갈리바프 의장은 “최종 합의까지 아직 거리가 멀다”고 19일 이란 국영TV 연설에서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분석기관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등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어떤 합의든 제한적이고 취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신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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