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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무궁화, 우리나라 꽃’

최문애숙(문인협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14 2026 11:20 AM

수필이 있는 뜨락(37)


이른 아침 살짝 커튼을 열면 창밖에 서성대며 수줍게 배시시 웃는 무궁화꽃을 마주한다. 기지개를 켜며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하는 것 같다. 새벽부터 소리 없이 꽃술을 활짝 열고, 젊음을 한껏 뽐내다가 해가 서편에 지면 서서히 꽃잎을 닫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은 여름 한철 끊임없이 피고 또 핀다. 푹푹 찌는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태양을 향해 마주 보며 활짝 웃는다. 그리고 노을과 함께 살포시 꽃잎을 접는다.

 

screenshot 2026-05-14 at 11.18.17 am.pngChat GPT 생성 이미지

 

동네를 걷다 보면 이집 저집 무궁화꽃이 만발하다. 행여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가.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곁눈질로 힐끔거린다. 많은 나라 사람이 7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백 일 동안 흐드러지게 피는 무궁화꽃을 왜 사랑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여러 화려한 꽃이 지고 난 후 우리네처럼 한결같이 부지런하게 피는 무궁화꽃에 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앞뜰과 뒤뜰에 무궁화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여러 가지 색상의 무궁화꽃이 매일 아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새 꽃을 피워내니 하루하루가 꽃 파티다. 하긴 하나의 무궁화 꽃나무에서 2 천 개 이상 3천 여개의 꽃송이가 줄기차게 태어나니 50여 그루에서 뿜어내는 기세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흰색과 보라색 그리고 분홍색의 무궁화꽃은 원래 한국 토종이다. 향기가 없어도 수많은 벌이 새벽부터 꽃술에 온몸을 담근다.

토양이 비옥하고 양지바르며 통풍이 잘되니 떨어진 무궁화 씨앗이 발아되어 새싹처럼 파릇파릇하게 솟아나 주변이 꼭 잔디밭 같다. 갖가지 무궁화가 우리 집에 자라게 된 연유는 15년 전에 완공된 무궁화의 집과 요양원과 연관이 깊다. 30년이란 긴 세월을 애타게 기다리며 힘들게 인내하여 이루어낸 60개 요양 침대를 가진 한인을 위한 요양원과 이들의 가족을 위한 90채가 넘는 무궁화 콘도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다. 이름하여 무궁화의 집이라 명명하여 정문과 옆문에 정원을 조성하여 우리 집 뜰에서 파온 20여 그루의 5년생 한국 토종 무궁화를 기념식수로 심었다. 그러나 무슨 연유인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해지더니 첫 겨울이 지나 초여름이 오자 잎새를 피우기도 전에 모두 다 말랐다. 할 수 없어 흙갈이하고 교민들이 기증해 준 싱싱한 무궁화를 몇 번인가 다시 심었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다른 꽃에 비해 무궁화는 기르기 쉬운 꽃나무라는 통념이 깨졌다. 우리네 마음처럼 무궁화는 번잡한 도시 길가에 살기를 거부하나 보다. 더욱이 차디찬 눈바람에 쌓인 눈 언덕에 수시로 뿌려대는 소금 덩어리를 더 이상 견디어내기 어려운가 보다. 또한 계속되는 자동차의 소음은 분명 큰 스트레스였는지 아직도 무궁화의 집에 단 한 송이 무궁화꽃이 없는 이유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라하여 무조건 나는 좋아했다. 왜냐하면 독립투사였던 큰아버지의 무궁화 사랑 때문이다. ‘무궁화는 결코 벚꽃과 접목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독립해야 해’ 해방도 못 보고 순국하신 형님 말씀을 듣은 동생은 평생을 삶의 좌우명으로 삶았다. 아버지뿐 아니라 어린 나의 마음에도 그의 말씀이 믿음의 씨앗이 되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아버지는 불우 아동을 위해 무궁화 촌을 건립하셨다. 그곳 오솔길에 우리나라 꽃을 심고 그 속에 시문을 새기어 걸어 놓았다. 아마 이때부터 나의 무궁화 사랑은 시작된 것 같다. 토론토 무궁화의 집은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다.

무궁화의 집이 한층 두 층 높아져 갈 무렵이다. 어떤 유대인 단체는 놀랍게도 기부금을 모아 보내 왔다. 무궁화는 영어로 ‘rose of Sharon‘ 즉 샤론의 꽃 또는 샤론의 장미로 구약성경의 시가인 아가서에 나온다. 저자 솔로몬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샤론의 장미’라고 자기 자신을 칭하며 동시에 무궁무진한 하나님의 사랑을 은유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샤론의 장미’라며 ‘예수’라 부른다. 무궁화의 집이 거의 다 완성될 무렵, 근처에 살았던 가톨릭 신부 대표가 가다오다 지어진 건물을 보고 전화를 주었다. 무궁화의 집 ‘샤론의 장미’ 즉 ‘예수’란 이름의 요양원에 은퇴하게 되는 20여 명의 사제를 위해 무궁화 요양원의 꼭대기 한 층을 사겠다는 제안이었다. 재정적으로 허덕일 때라 그들의 제안에 유혹이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유혹이 커도 60개 침상을 잘 지켜서 꼭 한인 사회에 환원하리라 결심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꽃, 무궁화의 집은 우여곡절 끝에 완공되어 명실공히 한국인이 거주하는 무궁화의 집이 되었다. 무궁화의 집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고 자부심이 나는지 모른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무궁화꽃처럼 무궁화의 집은 이렇게 토론토 한복판에 우뚝 서 있다. 무궁화, 우리나라 꽃은 이렇게 우리 마음속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 사람에게 희망과 사랑을 준다. 무궁화, 우리나라 꽃은 우리 한민족의 마음과 영혼 속에 영원히 숨 쉬고 피는 우리나라 꽃이다.최문애숙 이름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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