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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젊은데 괜찮겠지...”
청년 고혈압 방치하면 나이 들어 더 치명적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24 2026 12:06 PM
직장 생활 7년 차인 이모(36)씨는 지난해 회사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혈압 의심’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야근 뒤 늦은 밤 배달 음식과 맥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상이었고, 운동은 바쁘다는 이유로 미룬 지 오래였다. 최근 들어 배가 조금 나오고 체중이 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진 당시 혈압은 수축기 때 141mmHg까지 올라가 있었다. 이씨는 “두통이나 어지럼증도 없었는데 혈압이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혈관이 높은 압력 더 오래 견뎌야

이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젊은 고혈압’의 덫에 빠진 2030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4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는 약 1,3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20, 30대 청년층 환자가 89만 명이다. 젊은 고혈압 환자들의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은 30%대로,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다.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장은 “젊은 층은 혈압이 높아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으로 진료를 꺼리는 사례가 많다”며 “고혈압이 20, 30대에 시작되면 혈관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40, 50대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야 하고, 혈관은 계속되는 높은 압력을 버텨야 한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혈관 벽이 손상돼 딱딱하게 굳고,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좌심실 비대가 생길 수 있다. 심장혈관과 뇌혈관이 망가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신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까지 손상돼 만성신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20년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45세 전에 고혈압이 발생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6배 높았다.
젊은 고혈압은 잘못된 식습관의 영향이 큰 만큼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나 라면·햄 같은 초가공식품은 가급적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들 음식에 다량 함유된 나트륨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염분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분을 더 많이 붙잡아둔다. 늘어난 체내 수분량과 혈액량은 결국 혈압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혈압 급격히 높여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지목한 고혈압은 매년 1,080만 명 이상의 조기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 치명적이다. 세계고혈압연맹이 매년 5월 17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로 지정한 것도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워낙 흔하다 보니 질환을 가볍게 여기거나 잘못된 속설을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혈압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증상이 없으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높아진 혈압으로 혈관은 계속 손상된다. 누적된 혈관 손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50~70%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을 정도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을 방치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뇌졸중, 콩팥 손상 같은 심혈관계 질환 합병증은 물론,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혈압약을 먹다가 정상 혈압이 되면 약을 끊어도 된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약물 치료로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수개월 내에 혈압이 다시 상승한다. 고혈압은 감기처럼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자신의 혈압 수치를 정확히 알고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 지침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우 교수는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아침(기상 후 1시간 이내)과 저녁에 각각 1~3회씩, 최소 5~7일 연속 측정하고 첫날을 제외한 평균값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혈압을 잴 때는 측정 30분 전 카페인 섭취와 흡연, 음주, 운동은 피하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활습관과 밀접한 젊은 고혈압은 싱겁게 먹기와 물 충분히 마시기, 규칙적인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조림보다 구이·찜 위주의 조리법을 선택하고, 샐러드는 드레싱 없이, 국물 요리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숨을 참으며 무거운 중량을 드는 운동은 혈압을 급격히 올릴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김 과장은 “젊은 층의 고혈압 관리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심장과 뇌, 신장 혈관 건강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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