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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술, 미래 산업의 ‘실험실’이 되다
‘AI 예술 생태계 구축’ 나선 세계 예술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24 2026 12:02 PM
최근 세계 미술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다음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문을 여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아트 미술관 데이터랜드(Dataland)다. 설립자는 AI를 공동 창작자처럼 활용해 온 튀르키예 출신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 부부다. 설계에는 세계 건축계에 큰 족적을 남긴 프랭크 게리(1929~2025)가 참여했다. 저작권 공방 등 AI 예술의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기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 달 20일 개관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데이터랜드 미술관에서 공개될 ‘머신 드림스: 레인포레스트’ 전시 전경. 생성형 AI와 환경 데이터를 결합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다. ©2026 Refik Anadol Studio/DATALAND
한국도 AI 예술 생태계 구축 경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의 예술·기술 융합 특화 플랫폼 아트코리아랩이 최근 진행한 AI 프로젝트 지원 통합 공모는 뜨거운 관심 속에 마감됐다. 'AI-예술 창·제작 프로젝트 지원' 사업은 경쟁률이 15.2대 1, 'AI 기술 활용 사업화 모델 개발 지원' 경쟁률은 22대 1에 달했다. "AI 기반 예술 창작과 산업화 지원에 대한 현장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아트코리아랩 측 설명이다.
대중에게 AI 예술은 단순 생성형 이미지 제작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문화예술계의 AI에 대한 주목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예술은 기술을 소비하는 영역을 넘어,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시험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AI를 단순 창작 도구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 모델을 탐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미술관과 공연장, 전시장은 이제 기술의 미래 활용 방식을 검증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데이터랜드 개관에 앞서 세계 주요 미술관은 잇따라 AI를 테마로 한 기획전을 열었다. 지난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이 연 '머신 러브: 비디오 게임, AI, 그리고 현대미술'이나 프랑스 파리 주드폼 국립미술관이 마련한 'AI를 통해 본 세계(The World Through AI)' 등이 대표적이다. 예술계의 기술 활용이 새로운 경험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장(場)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발전한 홀로그램 기술은 의료·리테일 산업으로 확장됐고, 영화와 퍼포먼스 제작 과정에서 고도화된 모션 캡처 역시 스포츠와 재활의학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 온 전례가 있다.
지난해 모리미술관 '머신 러브'에 초청 전시된 김아영 미디어아트 작가의 영상 작업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 모리미술관 제공
이에 따라 AI 예술을 둘러싼 논의는 창작자의 도구적 활용을 넘어, 문화 정책의 틀 안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문화적 AI 리터러시와 공공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AI와 문화의 관계를 주요 의제로 다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국 정부와 문화기관의 AI 예술 지원 체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각국은 AI 시대의 예술 경쟁이 결국 '생태계 구축 경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영국예술위원회(ACE)는 AI 기술과 새로운 창작 방식에 관한 연구 보고서와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창작, 몰입형 예술 등 빠르게 변화하는 창작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실무 자료들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문화예술 지원 공모사업에서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문화예술 분야의 핵심 전환 요소로 명시했다. 싱가포르는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아츠 x 테크 랩(Arts x Tech Lab)'을 운영하며 AI·증강현실(AR) 기반 창작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AI 예술 생태계 구축은 한국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 10월 문을 연 아트코리아랩은 단순 창작 지원을 넘어 AI 기반 예술 프로젝트의 실험부터 기술 개발, 기업 협업,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AI 예술 전(全) 주기 플랫폼'을 표방하며 AI 예술을 실제 산업과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 지원금 사업에 그치지 않고 창작 공간과 장비, 기술 인력 지원부터 교육·멘토링, 시연과 유통까지 창작 전 과정을 돕는 것도 특징이다.
아트코리아랩 지원을 받아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노진아 작가의 작품.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특히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은 예술 단체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기술을 어떻게 매력적인 콘텐츠와 경험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는 삼성물산, CJ ENM, 하이네켄코리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호텔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해 예술 지식재산권(IP)과 미래형 콘텐츠·서비스 모델 개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AI 예술이 더 이상 일부 작가들의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자극하는 혁신의 촉매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가현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 예술기술사업화팀장은 "AI 예술은 단순 기술 시연이나 일회성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확장돼야 한다"며 "예술가들의 실험이 실제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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