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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혁명(Carnation Revolution)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May 28 2026 11:56 AM


1974년 4월 25일 아침, 
리스본의 생기발랄한 아가씨, 셀레스치 카에이루(Celeste Caeiro)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가 일하는 리스본 시내의 번화가에 있는 레스토랑의 개업기념일이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그날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나누어줄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정성을 다했다. 그런데, 
갑자기 레스토랑 앞의 거리가 소란스러워졌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속에서 색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장갑차를 앞세운 청년 장교들이 총을 들고 줄을 지어 행진하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 라디오에선 그동안 금지되었던 조제 아폰수(José Afonso)의 파두 노래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ândola, Vila Morena)>가 흘러나왔다. 

파두(Fado)는 포르투갈의 서정성이 짙은 전통 대중음악의 형식이다. 포르투갈어 표기로 Fado이고, 라틴어로는 fatum로 표기하는데, ‘운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노래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ândola, Vila Morena)는 ‘그란돌라, 검은 빛 마을이여’ 혹은 ‘그란돌라, 소박한 마을이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음 구절은 ‘민중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다’로 이어진다. 
그동안 금지되었던 그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것은 민중봉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던 것이다.

 

카네이션혁명-ai생성이미지260528.png

AI 생성 이미지. 권천학 작가 제공

 

당시 포르투갈은 안토니우 살라자르와 그의 후임자 마르셀루 카에타누로 이어지는 '에스타두 노부(Estado Novo, 신체제)'라는 극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무려 40년이 넘는 독재정권에 국민들이 억압당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가장 길게 이어진 독재정권이라고 한다. 
포르투갈 정부는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서 3F정책을 펼쳐왔다. 
3F는 축구(Futebol), 파두(Fado-전통음악), 파티마(Fátima-카톨릭 성지)를 말한다. 축구를 장려하고 종교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술수로, 장려했던 것. 소위 국민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우민화(愚民化) 정책이었다. 
우민화, 동굴화, 우민정책... 말(馬)이나 개에게 옆을 돌아볼 수 없게, 앞만 보고 달리게 하기 위하여 블라인더(blinder,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과 같다. 

파두를 장려하면서도 같은 파두음악인 가수 조제 아폰수(José Afonso)의 파두 노래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ândola, Vila Morena)>는 금지곡으로 만들었다. 이유가 있다. 가사에 담긴 저항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란돌라, 검은(또는 소박한) 마을이여~~ / ’민중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다~~~’ 
가사의 이 구절만 봐도 뭔가 의미가 심상찮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나간 한때 우리에게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3S현상(Sports, Sex, Screen)이다. 운동경기와 성(性), 그리고 영화. 그 시기에는 방송마다 운동경기의 중계방송이 성행했고,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영화나 대중오락이 유행처럼 번졌다. 국민들은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고, 그것은 사회 현상이 되었다.

금지된 파두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거리를 가득 메운 총을 든 청년군인들, 장갑차들, 그리고 쏟아져 나와 함께 행진하는 시민들의 물결... 
셀레스치 카에이루는 그날 영업을 할 수 없음을 즉각 알아채었다. 개업축하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카네이션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군인들과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장갑차 위로 던지기도 했다. 군인들은 그 꽃을 총구에 꽂았다. 시민들은 머리에, 옷깃에, 가슴에 꽂고, 구호를 외치며 군인들과 합세하여 행진을 이어 나갔다. 
받들어 꽃!
그 순간, 카네이션은 총칼이나 폭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평화의 메시지가 되었다. 군인과 시민의 자유연대, 반독재, 평화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거대한 시위물결을 본 독재자 카에타누 총리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손을 들었다. 민중의 역사적 물결을 거스를 수 없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온 독재체재가 그렇게 단 한 발의 사격도 없이 무너졌다. 정권을 민간에 이양했고, 1976년 총선을 통해 포르투갈은 마침내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름 하여 카네이션 혁명(Carnation Revolution)이다. 

여기까지, 이해하기 쉽도록 꾸며보았다. 

당시 세계적으로 탈식민지시대이던 1970년대 초, 그 무혈혁명은 포르투갈이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던 앙골라 모잠비크, 기니비사우, 카보베르데, 상투메프린시페 등이 독립을 앞당기게 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무장투쟁이나 전쟁을 통한 어려운 독립이긴 했지만, 독립의 빌미가 되었고, 반대로 포르투갈 제국의 붕괴로 이어지는 계기도 된 셈이다.  
어떻든,  
카네이션은 혁명의 상징이 되었고, 과정도 그러하였으니, 세계역사상 가장 우아한 혁명이 아닌가 한다.

포르투갈 국민들은 그날을 ‘자유의 날 (Dia da Liberdade, 디아 다 리베르다지)’로 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4월 25일이 되면 포르투갈 국민들은 그날 아침의 카네이션을 생각하며, 기념한다고 한다.   

카네이션의 계절, 5월이 거의 다 가고 있다. 
‘어머니의 날’ ‘어버이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을 총칭하여 ‘가정의 달’인 5월, 우리에겐 자애의 상징이 되고 있는 카네이션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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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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