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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레시피·정리정돈 노하우
“‘찐정보’ 요구에 호응, 조회수가 달라졌어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31 2026 09:52 AM
요리·정리정돈 살림 지혜 알려주는 김정은씨
요리, 수납, 청소 같은 살림살이는 누구나 끼고 살아야 하는 일들이다.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이유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다. 하지만 그 때문에 콘텐츠는 넘쳐나고 경쟁이 치열하다. 평소 주변에 살림 요령 알려주기를 좋아했던 김정은(51)씨는 지인의 권유로 '토깽이 아줌마의 살림일기'라는 유튜브 채널를 시작해 5년 만에 구독자 35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요리를 시연한 뒤 나눠 먹는 스튜디오까지 열어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김씨를 만나 그간의 크리에이터 작업에 대해 들었다.
유튜버 김정은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려면 "미숙하더라도 배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다 할 생각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지연 인턴기자
-채널 운영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대기업 인터넷사업부에서 7년 정도 근무하다가 출산 관련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데 그게 해소 안 되니까 답답하더라. 그러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가서 살다가 알고 지내던 주위 사람들에게서 음식 잘하니까 반찬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하루에 2명씩 10개까지 주문 받아 팔기 시작했다. 그걸 매일 15년간 했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계기는.
"교회 단톡방에다 지금은 멍게젓갈 담아야 한다, 화장실 비데 청소 해봤냐 이런 이야기를 매일같이 올리니까 교회 집사님이 유튜브를 꼭 해보라고 하더라. 당신같이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유튜브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는 거다. 그래서 채널을 만들어 살림일기장처럼 쓰고 있었다. 초기에는 조회수도 영상당 몇 천 수준이었고 구독자도 40명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집안일로 어려움을 겪고 갱년기까지 맞아 고생하던 차에 우연히 만난 PD 한 분이 채널을 브이로그용으로 쓰지 말고 잘하는 음식 레시피 위주로 올리라고 권하더라. 그래서 그 PD에게 영상 한 번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된 거다."
-브이로그 올릴 때와 달랐나.
"지금도 조회수가 가장 많은 진미채 영상을 찍어주셨다. 섬네일에 '영업비밀 알려드린다'고 했는데 생색낸 게 아니라 정말 15년 영업비밀이었다. 그 영상이 올라가자 사흘 만에 조회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유튜브의 길이 확 열린 느낌이었다."
-조회수가 늘어난 비결은 무엇인가.
"그 영상이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했기 때문 아닐까. 레시피만 딱 정리해주면 좋겠는데, 도움 되는 살림 이야기 압축해서 보여주면 좋겠는데 하는 사람들이 조회수를 만들어준 것 같다. 사실 주절주절 갱년기 아줌마 수다 늘어놓는 브이로그 스타일 영상 올린 뒤에 구독자가 오히려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만든 영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요리 레시피가 가장 많다. 만들어서 실제로 팔았던 요리들이고 그다음은 정리정돈 영상이다."
유튜브 채널 '토깽이 아줌마의 살림일기' 인기 동영상.
-요리는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거나 하지 않나.
"시청자들이 제 채널에서 좋아하는 반찬 유형은 근사한 케이터링 요리 같은 게 아니다. 식구들한테 바로 해 줄 수 있는 반찬이다. 남들과 다른 해석이 있는 일상 반찬을 너무 좋아하더라. 지난해 채널이 침체됐다고 느꼈을 때 애호박전 영상이 조회수가 제법 나왔다. 둥글썰기한 애호박에 굵은 소금을 뿌려서 햇볕에 내놓고 서너 시간 지나면 물기가 싹 빠지면서 말랑말랑해진다. 거기에 전분 묻혀 중약불로 구워내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자기 전에 소금 뿌려 냉장고에 뒀다 아침에 꺼내서 해도 된다. 그 영상으로 또 한 번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식구들 반찬 계속 해 주는 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기획, 촬영, 편집 과정에서 도움을 받나.
"촬영을 제외하고는 거의 직접 한다. 요리 콘텐츠에 집중하라고 조언해 준 PD가 1년 정도 촬영을 맡아주었다. 그분은 '정리마켓'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데 거기 출연해 집안 정리하는 걸 소개하면서 알게 되어 협업도 했고 도움도 받았다. 그러다 그분이 일이 바빠져 지금은 쇼츠 편집을 맡아주던 딸의 학교 선배가 촬영을 도와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찍어주면 그걸 내가 3개 영상으로 나눠 편집해 올린다. 영상 편집은 학원 다니며 배웠다."
-채널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 조회수가 안 나올 때 우울해지는 멘털 관리가 어렵다면 어려운 부분이다. 구독자나 조회 숫자가 안 나와서 고민하다 라이브를 해봤더니 너무 소진되는 느낌이 들고 그러다 악플러도 만났다. 정말 유튜버 생명이 이렇게 끝나나 땅 속으로 꺼지는 느낌까지 들어 심리 상담도 받았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상황과 무관하게 내 마음이 달라졌다. 진미채 영상이 히트를 치면서 7, 8개월 정도 더 유명해지고 싶어, 다른 영상도 조회수가 잘 나왔으면 좋겠어, 더 반짝거리는 일을 하고 싶어 그런 마음으로 달렸던 것 같다. 그런데 상담 선생님이 그러는 거다. 정은씨에게 유튜브는 무엇인 것 같으냐고. 그래 나는 유튜브를 왜 하고 있지? 유튜브는 나에게 어떤 기쁨을 주는 거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고 그 의미만 가지고 가면 설사 유튜버 생명이 끝나더라도 슬프지 않을 것 같더라."
-어떤 의미를 발견했나.
"별것 아닌 컵을 어떻게 깔끔하게 닦아내는지, 신문지로 쓰레기통을 어떻게 만드는지 남들에게 알려주는 게 너무 재밌다. 이런 게 재미있어서 유튜브도 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더니 힘들지 않아졌다."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내나.
"채널 운영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 조회수 수익은 별로이고, 내 경우는 광고 수익도 특출나지 않다. 보통 그런 흥정을 마케터들이 붙어서 해주는 것 같던데 그런 것도 하지 않고 있고, 배짱 좋게 큰돈 달라고도 못한다. 게다가 광고 의뢰는 매일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채널 운영과 연계된 오프라인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나는 작업실을 겸해 쿠킹 스튜디오를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요리 수업하는 걸로 유튜브에서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쿠킹 스튜디오는 어떻게 열게 됐고, 어떻게 운영하나.
"오래전부터 수강생과 함께 하는 작업실을 꿈꿨다. 사실 목표는 딸한테 좋은 엄마가 되는 거였다. 김치 잘 만들려고 레시피도 많이 배우러 다녔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12달 김치'다. 다달이 김치 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지은 이름이다. 그달의 김치 하나와 밥상 요리 서너 가지로 레시피를 구성해 한 회에 6명씩 수강생을 받아 일주일에 3번 요리교실을 연다. 월화수는 글 쓰고 유튜브 편집하고, 목금토는 수업하는 식이다. 요리 시연이랄 수 있는 수업은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12시쯤 끝나고 그 뒤로 30분 동안 같이 식사한 뒤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최근 네이버 라이브팀에서 제안이 와 라이브 쇼핑 촬영을 했다. 이번에 한 건 롤팬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걸로 제대로 요리가 될까 했는데 해보니까 반찬이 너무 잘되더라. 상품 소개가 재미있어서 그런 쪽으로 더 하고 싶다. 출판사의 제안으로 요리 에세이 책도 썼는데 하반기에 출간된다."
-유튜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갱년기를 겪는 제 또래 여성들에게 유튜브를 권하고 싶다. 평생 쌓인 한을 풀어내는 것도, 에너지 소모도 너무 잘된다. 억울함의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승화시키기 너무 좋다. 악플을 만날 때도 있지만 댓글 하나하나가 너 잘 살아 왔어 하면서 내 인생에 작은 빛을 비춰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매일 밥상 차려내면서도 누구한테서도 고맙다는 얘기 못 들었고 내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내가 레시피 좀 알려줬다고 너무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서 정서적으로 굉장히 위로받을 수 있다.
다만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다 할 생각을 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을 구하지 말고 다 배워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미숙해도 괜찮다. 유튜브는 그런 미숙함을 아이디어만 좋으면 너른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는 멋진 시장이다."
김범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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