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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은 식민지배 못 벗어나...”
“문학 통해 공감 나누고 싶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07 2026 11:46 AM
양솽쯔 ‘1938 타이완 여행기’ 타이완 작가 최초 인터내셔널 부커상
"타이완은 식민지배와 완전한 작별을 고하지 못했다."
대만(타이완) 작가로 최초, 영어로 번역된 중국어 문학 작품으로도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양솽쯔(42) 작가가 1일 한국 언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부커상 시상식을 치르고 방한해 사실상 수상 후 첫 공식 일정을 가진 자리였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탄 양솽쯔 작가가 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이완을 위해 부커상을 타고 싶었다. 오늘날 국제 정세 속에서 위험만 부각되는 상황이 아닌, 더 다양한 타이완의 모습을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부커상 수상작으로 지난해 11월 한국어로도 번역된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대만이 배경이다. 일본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현지 통역사 '왕첸허'와 함께 대만 곳곳을 여행하며 미식을 경험하는 이야기.
시계를 약 100년 전으로 돌린 이유에 대해 양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한국은 광복을 맞았지만, 중화민국 정부(국민당)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타이완은 다시 한번 식민지배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겪었다. 계엄통치가 1987년까지 38년간 계속됐다. 1996년 총통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그로부터 30여 년 흐른 지금도 우리는 왜 식민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 식민지배 시기를 소설로 쓰면서 현대의 독자들에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역사의식은 작품의 독특한 형식에도 반영돼 있다. 소설은 치즈코가 자신의 여행기를 소설로 썼고, 훗날 '양솽쯔'라는 번역가가 이를 발견해 대만에서 번역·출간했다는 설정 아래 전개된다. 작품 말미 '양솽쯔'의 역자 후기까지 모두 허구인 메타픽션이다. 양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중화민국 정부 시기를 거치며 시행된 두 차례의 '국어' 정책으로 언어 단절이 있었다"며 "번역가 캐릭터를 통해 100년 전 언어와 지금 언어가 달라졌다는 것을 독자들이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했다.
작품은 시종일관 식민지배자 치즈코의 시선으로 대만을 묘사한다. 작가의 의도다. 양 작가는 "독자들이 지배자 시각에 이입하길 바라 일부러 택한 방식인데 한국 독자들에게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한국 독자들은 처음부터 피지배자 입장에 이입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탄 양솽쯔 작가의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마티스블루 제공
일제 식민 치하를 그리면서도 치즈코와 첸허 두 여성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른바 '역사 백합 소설'로 분류되는데, 사실상 양 작가가 개척한 장르다. 레즈비언인 그는 "여성의 시각으로 쓰인 여성의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다"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문학을 통해 알리고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2024년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를 언급하며 "전 세계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문제를 다루고, 국가가 개인과 민족에게 어떤 폭력을 가했는지, 사회 가장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느리지만 세상을 바꾸는 문학의 힘을 그는 믿는다. "저 역시 세상을 더 빨리 바꾸고 싶은 조급함을 느끼지만, 변화는 단번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한 사람의 인생보다 더 길 수도 있다. 아픈 사람이 약 먹고 수술을 받아 회복하는 것처럼 즉각적 효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문학은 사람들이 마주 보고 공감대를 찾을 때까지 긴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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