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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가 건강에 좋다?
“식습관이 더 중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14 2026 01:46 PM
고추가 매운 이유는 바로 ‘캡사이신’이란 성분 때문입니다. 우리의 혀에는 매운 맛을 감각하는 미각세포나 맛수용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매운 맛을 느끼는 것은 캡사이신이 혀에서 43도 이상의 고온이나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쾌감과 함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통각 자극으로 생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뇌가 진통제 역할을 하는 엔돌핀을 분비하는데, 매운맛으로 인한 고통은 금세 사라지는 반면 엔돌핀의 효과는 더 오래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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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식물들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을 왜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자신을 보호하고 번식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초식동물은 이빨로 씨앗을 씹어 파괴하기 때문에 식물 입장에선 번식에 방해가 됩니다. 캡사이신은 혀의 통각수용체를 자극해 초식동물들이 자신을 먹지 못하도록 합니다. 반면 씨앗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 뒤 멀리서 배설해 식물의 번식에 도움이 되는 새들은 통각수용체 구조가 달라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달게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캡사이신은 씨앗을 위협하는 특정 유해 곰팡이나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 작용도 합니다.
이렇게 매운 고추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요? 이탈리아에서 고추가 들어간 요리를 많이 먹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평균 8.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4번 이상 고추가 들어간 요리를 먹는 사람들은 전혀 또는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 23%, 심장병에 의한 사망이 34%,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61% 낮았습니다.
미국에서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과 이를 먹는 사람들을 평균 18.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경우 모든 사망의 위험도가 13% 낮았습니다.
다만 매운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이나 위염, 과민성장증후군 등 소화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고추라는 특정 식재료보다는 고추를 먹는 식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서의 이탈리아 연구를 보면 고추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주로 통곡물과 콩, 채소가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오래 살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중해식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은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심장병·뇌경색·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소화기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택적 편견이 개입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매운 고추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좋기보다는 건강하게 먹는 식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떡볶이는 대표적인 매운 음식이지만 주성분인 떡의 칼로리가 높고 맛을 내기 위하여 소금과 설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신다면 적당히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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