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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꺼줘” “다시 켜줘” 말하니 척척~
AI비서 품은 ‘뉴 그랜저’ 더 똑똑해졌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13 2026 01:17 PM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시승기
“글레오, 추워. 에어컨 꺼 줘. 그냥 다시 켜 줘. 조수석만 통풍시트 꺼 줘. 루프 천장은 투명하게 해 봐.”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를 타고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약 120㎞를 오가며 ‘글레오 AI’를 쉬지 않고 괴롭혔다. 글레오 AI는 더 뉴 그랜저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통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비서다.
20인치 휠에서만 적용이 가능했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더 뉴 그랜저에서는 19인치 휠까지 확대돼 보다 향상된 승차감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계속된 지시에도 글레오는 “알겠다”는 대답 따위 하지 않았다. 주문 실행까지 1, 2초가량 뜸도 들였다. 그래도 시킨 일은 그런대로 잘 해냈다. “루프를 한 3분의 2 정도만 밝게 해줄래” 같은 비교적 복잡한 지시만 빼고.
현대차는 지난달 7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 뉴 그랜저 출시 당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글레오 AI를 통해 차원이 다른 맞춤형 운전자 경험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사실 운전자가 운전 중 차량에 요구할 만한 기능은 제한적이다. 그런 점에서 글레오 AI는 차분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다만 이미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갈수록 개선된 음성인식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글레오 최고”라는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묵직한 고급 세단 승차감 여전
그랜저의 명성이 아깝지 않게 젠틀한 승차감은 여전했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앞세우는 차는 아니지만 가속페달을 세게 밟자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내달리기 시작하더니 고속에서도 묵직한 주행감을 과시했다. 제원상 숫자만 보면 강력한 힘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최고 출력은 198마력으로 200마력에 조금 못 미친다. 그래도 도로 주행 때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행 안정감과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전방의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제어하고, 고속도로 주행 중 차체 움직임을 줄여준다. 이 서스펜션은 이전 모델에서 20인치 휠에 구현 가능했지만 더 뉴 그랜저는 19인치 휠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더 뉴 그랜저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하기 위한 세팅에 중점을 둔 느낌이었다. 전장(5,050㎜)이 5m가 넘는 거구인데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1,650㎏) 덕분인지 움직임도 빠릿빠릿했다. 부드러운 핸들링에도 민첩한 세단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큼직한 디스플레이, 뻥 뚫린 천장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실내.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 AI’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인테리어는 고급감과 개방감을 동시에 강조했다. 나파 가죽 시트를 적용했는데, 소파를 연상시키는 카우치 패턴에 대해서는 ‘고급스럽다’와 ‘올드하다’는 평가가 엇갈릴 듯하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6개 분할된 영역을 원하는 대로 투명 또는 불투명하게 설정할 수 있다. 개방감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중앙 디스플레이였다. 17인치로 이전 모델보다 크기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테슬라 차량이 떠올랐다. TV든 내비게이션이든 화면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시원시원한 크기에 대만족. 또한 해상도도 흠잡기 힘든 수준이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분할된 화면 왼쪽에 속도 등 계기판 정보를, 오른쪽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웠다. 화면이 크다 해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돌려야 했다. 스티어링휠 바로 뒤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역할을 하지만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높은 운전자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만하다. 전방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길 안내를 충실히 해주는데, 이건 옵션이다.

현대자동차가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한 ‘스마트 비전 루프’는 투명도를 6개의 영역으로 나눠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더 뉴 그랜저 판매가는 4,185만 원에서 시작한다. 시승한 캘리그래피는 상위 트림으로 5,236만 원부터다. 고급 세단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만큼 현대차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2022년 11월 7세대 그랜저 출시 이후 3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너무 많은 동급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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