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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피하기도 좋지만
건강관리 ‘유행’보다 ‘기본’이 우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7 2026 12:21 PM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만나는 외래진료는 내향적인 필자에게 정신적으로 꽤 고단하다. 노쇠나 근감소증 환자를 주로 보니 운동과 식단에 대한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수십 년 쌓인 환자의 생활 습관을 짧은 진료 시간에 바꾸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질문을 무시할 수도 없어 마음만 급해진다. 그럴 때마다 타는 목을 축이려 페트병 생수를 시원하게 들이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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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생수를 마시는 필자에게 한 환자가 “선생님은 미세플라스틱 걱정도 안 하세요?”라고 물었다. 순간 흠칫 놀랐다. 예방과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달고 사는 의사이면서도 정작 미세플라스틱 문제에는 무관심했다는 부끄러움이 첫 번째, 환자가 페트병 음료를 독약처럼 피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 번째 이유였다.
물론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널리 알려져 있다. 페트병이 열이나 충격에 노출되면 수십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물에 섞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능하다면 노출을 줄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페트병 음료를 안 먹는다고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수돗물이 지나는 배관, 정수기 부품, 음식 포장, 배달 용기, 조리 도구, 심지어 공기 중 먼지와 옷에서 나오는 섬유까지 고려하면 현대 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완벽히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페트병을 햇볕에 두지 않거나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에 담지 않는 정도의 합리적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건강을 결정할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건강한 식사와 생활 습관에는 더 중요하고 확실한 ‘정답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학에도 덧셈 뺄셈부터 시작하는 순서가 있듯, 건강 관리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술을 줄이고 가공식품을 피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다. 2단계는 내 몸의 에너지와 단백질 요구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고, 3단계는 체중 증감이나 혈당 조절 등 개인의 상태에 맞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기본 단계를 건너뛰고 지중해식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 같은 유행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노쇠나 근감소증 환자가 특정 식단만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피하려는 노력이나 특정 영양제에 대한 집착은 기본기를 다진 후의 심화 과정, 즉 수학으로 치면 미분방정식 풀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정보는 아니더라도 앞선 단계의 기본 원칙을 해치거나 건강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진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필자 역시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다. 고된 외래진료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이나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즐기는 것이 낙이다.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자주 하지는 않지만, 일탈을 한 다음 날에는 공복에 운동하고 건강한 식단을 챙기며 균형을 맞추려 한다. 전날의 죄책감을 지우고 건강을 추구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고, 좋은 기름을 고르고, 좋은 물을 마시고, 특정 식단을 공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것이 본인의 삶을 조이는 강박이 되진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것부터 챙기고, 조금 흐트러져도 다시 돌아오면 된다. 그 과정 자체가 불안이 아니라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
장건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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