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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우 입맛 돌게 만든 옛날 집밥
100만 즐기는 ‘쿡방’ 차려내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11 2026 02:28 PM
건강한 요리 전도사 ‘JUN TV’ 최영준씨
영상 플랫폼 콘텐츠 중에서 '요리'만큼 백가쟁명인 장르도 드물다. 내로라하는 유명 셰프부터 한 끼 뚝딱 만들어 먹는 자취생까지 크리에이터들의 범위가 가히 무제한이다. 잘만 하면 시청자들이 몰리는 콘텐츠라는 의미다. 유튜브 채널 'JUN TV'를 운영하는 최영준(63)씨는 요리와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나이 들어 그 격전장에 뛰어들어 구독자 100만을 달성하며 성공한 사례다. 최씨를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요리 유튜버 최영준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구기동 자택의 키친 스튜디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유튜브 시작하려는 분들은 너무 수익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면서 그걸 보는 사람들이 갖고 싶다, 살고 싶다, 하고 싶다고 받아들일 만한 걸 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다빈 기자
-유튜브 채널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대학 졸업 후 무역업체에 들어가서 소니, 도시바 등의 기기들을 들여오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미국 쪽 물건을 사서 일본에 공급하는 오퍼상 일을 했다. 일본 바이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그걸 찾아서 보내는 거다. 주로 의류 제품들이었다. 지금처럼 해외 직구니 하는 온라인 쇼핑도 없던 시절이니 다 발로 뛰어서 찾아서 보내는 거다. 그러다가 1994년쯤 해외 의류를 모은 멀티숍도 열었는데 'IMF(금융위기)'가 터져 사업을 접었다. 그 얼마 뒤부터는 중국에서 디자이너들 두고 의류를 제조해 한국 브랜드에 납품하는 일을 10년 정도 했다."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나.
"의류 사업하면서 알고 지내던 지인이 2012년쯤인가 요리를 배웠다면서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만났는데 제법 잘 차려 내더라. 평소 요리에 관심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해외 출장이 잦아서 밥은 거의 사 먹고 다녔는데 그때는 바쁜 일도 없어서 그 친구처럼 학원 가서 배워서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처음 한식을 배웠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 뒤에 일식도 배우고 이어 양식, 중식도 수강했다. 요리 배우는 코스가 있는데 한정식반, 이탈리아 요리반, 제과제빵반 하는 식으로 14개 과정 정도를 3, 4개월씩 배웠다."
-건강식을 강조하는데.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배우다 보니 비슷한 식재료라도 일식에서는 어떻게 하고, 중식은 또 어떻게 풀어내고, 이탈리아는 어떻게 조리하고 하는 맥락이 보이더라. 그러다가 옛날에 집에서 이북 출신인 할머니, 어머니가 해주던 집밥을 되살려 테스팅도 해보고 하면서 건강식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그 시절 집밥이 건강식이었다. 늘 현미밥을 먹었고 조미료라고 해봐야 멸치젓 정도만 썼고 채소를 많이 먹었다."
-요리를 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요리 배우다가 든 생각인데 65살 정도 되면 누가 써주지도 않을 거고 요리와 함께 술 한 잔 즐기는 가게를 열어 용돈벌이할 생각은 했다."

유튜브 채널 'JUN TV' 인기 동영상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19년쯤 친구가 자기 아들이 유튜브 하는데 구독자 10만이라고 괜찮다고 그러길래 6개월 정도 공부해서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편집을 배웠다. 촬영은 처음 휴대폰으로 하려다가 아닌 거 같아서 액션캠을 샀는데 그것도 안 될 것 같아 제대로 카메라를 사서 천장까지 4대로 자작 세팅을 해서 찍고 있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늘어나는 계기가 있었나.
"처음에는 이런 요리 방송 누가 볼까 반신반의했다. 코로나19 때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암 환우나 가족들이 관심 있게 본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건강식이 콘셉트여서 채널에서 계속 암 이야기를 한다. 부모님이 암인데 무얼 해드려야 할지 몰랐는데 고맙다 같은 댓글이 많았다. 영양사인데 이 채널을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 그런 글도 있었고. 시작하고 1년 정도 됐을 때부터 암 환우들이 내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요리할 때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김치도 젓갈 안 넣고 담는다. 처음부터 첨가물을 넣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옛날에 집에서 먹던 음식이 그런 스타일이었고 그걸 또 시청자가 좋아하니까 계속하게 됐다."
-첨가물 넣지 않고 맛 내기 힘들지 않나.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느라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북어무침 만들 때 약간 달달하고 매콤하고 짭짤하고 그런 맛을 내야 하는데 달달한 맛을 낼 재료가 뭘까 고민하다가 서양에서 숙취 해소로 먹는 양파 수프가 생각나 양파를 볶아서 다져 넣어 단맛을 만드는 식이다. 레시피 만들려고 접시 열 몇 개 깔아 놓고 소금 넣었다 간장 넣었다 다양하게 시험해본다."
-요리 채널이 많은데 'JUN TV'의 강점이라면.
"건강식이면서 맛있다는 점이다. 요리 채널은 따라 해보고 맛있지 않으면 회원이 늘 수가 없다. 시청자의 80%가 45세 이상, 70%가 여성이다. 대부분 요리를 할 줄 아는 분들일 텐데 맛있다는 것에다 건강하다가 결합되면서 100만 구독자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촬영, 편집 등 제작은 어떻게 하나.
"편집은 몇 달 직원을 두거나 외부에 맡길 때도 있었지만 촬영부터 거의 혼자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상을 많이 올려야 채널 주목도가 올라가고 준비된 요리를 테스트할 인력도 필요해서 직원을 2명 정도 뽑으려고 하고 있다."
-채널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유튜브 생태계 변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 정책과 SNS 환경 같은 거다. 그건 젊은 직원을 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클로드, 제미나이 쓰면서 인공지능(AI) 공부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게 머리가 아프다."
-제일 인기 많았던 동영상은 무엇이고 인기의 이유는.
"무나물인데 조회수가 500만을 넘었다. 간단한 음식이고 아무것도 안 넣었는데도 설탕 넣은 것보다 더 달다. 그러다 보니 댓글에 60, 70년 평생 먹은 중 제일 맛있다 이런 글이 많다. 그런 글을 보면서 요리법을 더 연구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리되는지, 거기에다 건강한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 요즘 식당들 보면 인건비가 비싸지다 보니 식재료 손질하는 사람 두기도 어려워졌고 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주는 것 쓰니까 음식에 잡내가 많이 난다. 그걸 없애려다 보니까 짜고 달고 매워진다. 그래서 식재료의 제맛을 내는 조리법을 늘 궁리하고 꼭 테스트해보고 실제로 맛있을 때만 영상을 올린다. 테스트 조리를 최소 두세 번은 한다."
-수익은 어떻게 내고 어느 정도인가.
"대부분이 조회수 수익이다. 최근 1년간은 요리책 출간 준비하느라고 영상을 별로 올리지 못해 조회수 수익이 구독자 5만일 때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전까지는 수익이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 벌이 수준이다. 광고는 여태까지 5개 정도밖에 안 한 것 같다. 의뢰는 많이 들어오지만 제품의 질이나 채널의 신뢰도 같은 걸 생각해서 거의 하지 않았다. 국내외 업체 몇 군데와 주방용품 같은 걸 협업해서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과 관련해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아빠손'을 주제로 한 요리 영상을 올리고 싶다. 혼자 사는 분도 늘어나고 이제는 아빠도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 되지 않았나."
-유튜브 채널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콘텐츠 소재를 찾기 위해 일주일 내내 뒤지면서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 정리된 아이템이 언제 나갈지 사실 기약도 없다. 그런 정리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지 싫으면 못 하는 거다. 그렇게 정리한 게 몇십 페이지 되니까 그걸 10분짜리 영상으로 만들려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그래서 채널을 제대로 하려면 사실 몸이 고달프다.
젊은이들이 새로 시작한다면 뭐라도 막 올릴까가 아니라 정말 자기가 좋아하면서 그걸 보는 사람들이 갖고 싶다, 살고 싶다, 하고 싶다고 받아들일 만한 걸 해가면 좋겠다. 나는 유튜브 시작하고 첫 1년 동안 124달러를 벌었다. 그렇지 뭐 별수 있겠어, 그냥 내 기록으로 남기는 셈 치고 최선을 다하자 그랬다. 그러고 나서 1년 반 정도 되고부터 수익이 올라가기 시작해 어느 날 하루 수익이 400달러가 나오더라. 그때는 너무 좋았는데 그러다가 한 달 뒤, 두 달 뒤에는 또 100달러, 50달러로 줄었다. 돌아보면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마음으로 했던 영상들의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김범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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