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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알프스 여행기
이현수(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ul 14 2026 10:48 AM
일본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혼슈(本州) 중앙부에 웅장하게 뻗어 있는 히다산맥, 기소산맥, 아카이시산맥은 그 장대한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를 닮았다 하여 ‘일본 알프스’라 불린다.
후지산이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 미의식을 상징하는 산이라면, 일본 알프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장대한 산악 경관을 보여 주는 곳이다.
오래전에 후지산 정상까지 등반했던 나는 이번에는 일본 알프스를 찾아 여행길에 올랐다. 고령이 된 지금은 등반 대신 웅대한 산악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나와 아내는 친구 부부들과 함께 다테야마–구로베 알파인 루트를 택했다. 이 길은 케이블카와 고원버스, 로프웨이 등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산을 넘는 코스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스플래쉬
우리의 여정은 다테야마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탑승한 케이블카가 짙은 녹음 사이의 가파른 산비탈을 천천히 오르자 산은 마치 한 겹씩 비밀을 벗겨 내듯 모습을 드러냈다.
비죠다이라에 도착한 우리는 고원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차창 밖 나무들은 어느새 작아졌고, 구름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졌다. 버스는 마치 땅과 하늘이 맞닿은 경계를 향해 달리는 듯했다.
해발 2,450미터의 무로도에 내리자 공기가 한층 차갑고 맑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일본 알프스의 명물인 ‘눈의 회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 동안 쌓인 눈이 길 양옆에 거대한 설벽을 이루었는데, 해에 따라서는 그 높이가 20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하얀 설벽 사이로 이어진 약 500미터의 길을 걸으며 마치 눈의 협곡 속을 지나가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무로도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자 다이칸보 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산등성이와 구로베 호수는 햇빛에 따라 청록빛과 에메랄드빛을 오가며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뽐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마다 산과 호수는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보여 주었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는 로프웨이 곤돌라에 올랐다. 총 길이 약 1.7킬로미터의 이 로프웨이는 중간 지주가 없는 원스팬(one-span) 방식으로 계곡을 한 번에 가로지른다. 곤돌라 안에서는 깊은 계곡과 구로베 호수, 그리고 겹겹이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로베다이라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자 거대한 회색의 벽이 협곡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로베 댐이었다. 높이 186미터의 이 댐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아치형 댐으로 알려져 있다. 힘차게 방류되는 물줄기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고, 그 굉음은 계곡을 가득 메우며 가슴 깊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으로 오기자와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긴 터널 속으로 들어섰다. 한동안 어둠이 이어지다가 터널 끝에서 서서히 빛이 스며들었다. 밖으로 나오자 산봉우리들은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하루의 마지막 햇살은 깊은 산골짜기 너머로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일본 알프스의 장엄한 풍경은 사진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눈 덮인 봉우리와 깊은 계곡,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 나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찾아가 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현수(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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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