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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탓 멈춰 서는 대서양 해류
‘제2 빙하기’ 서막일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6 2026 12:11 PM
AMOC 셧다운이 초래할지 모를 서늘한 미래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6월 말 유럽을 덮친 폭염은 시기나 정도면에서 역대급이었다. 프랑스는 전국 평균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2003년 이래 가장 더운 초여름을 겪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주는 최고 기온이 44도에 근접했다. 1950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이라는, 반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다. 유럽만도 아니다. 특히 남아시아는 재난 수준 폭염을 일찌감치 치렀다. 통상 예년과 크게 차이 나는 여름철 폭염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결과로 설명되곤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오존층이 옅어지는 등 지구 표면 온도를 끌어올릴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극 및 중위도 온난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제트기류 등 대기 대순환 변화, 그리고 고기압과 저기압 정체 패턴이 뒤죽박죽되면서 벌어지는 후과는 대체로 '뜨거운 지구'로 귀결된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가 폭염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오래" 만들 것이라고 명시한다. '지구온난화와 폭염 발생 비례관계'는 더 이상 증명이 필요치 않은 참 명제라는 말이다.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AMOC가 붕괴된 가운데 해수면이 치솟고 급격한 빙하기가 찾아온 극단적인 북반구 상황을 묘사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폭염만을 촉발하는 건 결코 아니다. 급격한 기온강하와 강수량 저하의 원인도 된다. 나아가 지구온난화가 빙하기 도래를 앞당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명 '열염순환 붕괴'에 대한 이야기다. 유례없는 더위로 에어컨 없이 버텨온 유럽의 자존심마저 무너진 2026년 여름. 인류는 어쩌면 폭염과는 거리가 먼, 간빙기 끝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지구온도 유지시스템이 멈춰선다면
'열염(熱鹽)순환'은 온도와 염분으로 이뤄지는 밀도 차이에 따라 해수가 돌고 도는 현상을 뜻한다. 해수는 열을 품은 채 움직이기 때문에 이 현상은 지구 전체 온도를 현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온도조절시스템 가운데 하나다. 해수 밀도는 통상 온도가 낮고 염분 정도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이 반대라면 밀도는 낮아진다. 밀도가 높은 해수는 아래로 내려가고, 그 빈자리를 낮은 밀도의 해수가 채우면서 순환이 이뤄지는 구조다. 따라서 적도 부근 따뜻한 표층수가 북쪽으로, 그리고 북극 주변 차가운 해수는 다시 남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열염순환들 가운데 대서양에서 이뤄지는 순환을 '대서양자오선역전순환(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태평양 등에 비해 대서양의 AMOC가 산업화 이후 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녹아 내리는 그린란드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인데, 결국 AMOC가 약화될수록 정상적 열전달이 힘들어지면서 이대로라면 북대서양 주변은 기온이 급강하하고 강수량이 줄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기상이변 심화 수순을 겪을 수 있다.
AMOC가 약화되다 못해 붕괴, 즉 셧다운을 향하고 있다고 예고하는 과학계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머지않아 이 셧다운을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티핑포인트)이 닥칠 것이란 보도도 이어갔다. 2024년말엔 전 세계 기후학자 44명이 AMOC 붕괴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개서한을 북유럽 국가 정부들에 전하기까지 했다. 학자들은 이러한 해류순환 시스템 붕괴로 열대지방 온기가 북반구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기상이변, 나아가 빙하기와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도 우려한다.
영화 '투모로우'로 묘사된 지구 종말적 위기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으로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민들이 보스포루스해협 바닷물로 뛰어들고 있다. 이스탄불=AP/뉴시스
2004년 개봉한 미국 영화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약칭 투모로우)'는 초단기간에 빙하기급 기상이변이 닥치는 비극을 묘사한 작품이다. 기후학자들에겐 AMOC 붕괴로 현실화될지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에선 초대형 우박, 극심한 폭우, 항공기를 위협하는 난류가 재앙 전조로 등장한다. 이 와중에 미 해양대기청(NOAA) 소속 잭 홀 박사는 북대서양 심층 순환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지고 있음을 포착한다. 지구온난화가 극지 빙하 급속 융해를 일으켜 AMOC의 정상 가동을 무너뜨렸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현존하는 AMOC 붕괴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본격적인 AMOC 약화, 나아가 붕괴가 가져오는 기상이변은 항공기 이동속도보다 빠른 급빙으로 그려진다. 북미지역에서 허리케인급 폭풍이 차가운 상승 공기를 끌어내리고, 거대한 눈폭풍이 몰아치면서 도시 전체가 빠르게 빙하기로 진입한다. 수십 분 만에 영하 수십도로 떨어져 모든 것이 얼어붙는 장면들. 결국 북반구 인구는 죽음을 피해 남쪽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극중에서 미국 부통령을 연기한 케네스 웰시는 "분노한 자연 앞에서 인류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다. 지구 자원을 마음대로 쓸 권한이 있었다고, 그러나 이는 오만이었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죗값에 대한 늦은 후회. 이러한 영화적 상상력은 과연 얼마나 과학적 사실과 가까운 것일까.
"전 지구적 재앙 우려" vs. "확립되지 않은 가설"


다국적 기후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WWA)'이 2024년 건기(6~12월) 아마존 유역 가뭄 상태를 조사해 그린 그래프. 기후변화 없이는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을 가뭄(D4·짙은 고동색)이 아마존 전역에 나타났다. AMOC가 약화될수록 아마존 등 건조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WWA 제공
과학계 뉴스를 취급하는 언론들이 최근 3년여간 AMOC 불안정과 관련해 보도한 기사들을 보면 서두에서 서술한 것처럼 '해류순환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으며, 결국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으로 대체로 귀결한다.
이들 기사에서 많이 인용된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 네이처 논문(2023)에선 1870년부터 2020년대까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바탕으로 AMOC 상태를 통계적으로 복원하고 조기경보 지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멕시코만류를 포함한 AMOC 전체가 2025년부터 2095년 사이 큰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서 아예 AMOC 자체가 멈출 수 있고, 이 시기는 2039~2070년이 될 것이란 꽤 단정적인 명시도 등장한다.
프랑스 보르도대학 AMOC 연구도 여러 차례 인용 보도됐다. AMOC가 210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 이하로 약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고해상도 해양모형으로 AMOC 붕괴 수순을 예측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는 비교적 암울한 미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 1993~2024년 실제 멕시코만류에서 AMOC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지점은 언론이 이들 연구 결과를 놓고 상반되는 평가와 프레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코펜하겐대 연구팀 논문에 대해 가디언은 '전 지구적인 재앙(catastrophic globally)'이라는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도했고, 알 자지라도 "2025년 AMOC 붕괴" 등 자극적인 단어들을 담아 전했다. 반면 슈피겔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AMOC가 약화되는 속도와 그 영향을 연구한 학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AMOC 관련 보도에 앙꼬처럼 빠지지 않는, 영화 '투모로우'가 보여주는 극단적 상황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비가역적인 기후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무겁게 다뤘다.
하지만 최근 쏟아지는 유럽 학계 논문들을 반영한 2026년 이후 외신 보도에선 비교적 지구의 원형 회복력, 즉 AMOC 붕괴 이후에도 기존 기상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르 몽드는 마이애미대 관측자료 등을 인용하면서 지구온난화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탄광 속 카나리아' 정도로만 AMOC 이상 현상을 평가하며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는 지난달 종합 리뷰에서 '공포'로 볼 일이 아니라는 데 주안점을 뒀다. 붕괴가 임박했다는 증거는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단서도 달았다.
"AMOC 셧다운, 이 추세라면 2100년 이내"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대서양 염도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해류 시스템에 이상이 심화되고 있다. 열염순환의 붕괴는 대규모 기후변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업화와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전 지구적 재앙이라는 주장부터 이러한 학설이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까지, AMOC 약화를 놓고 나타나는 스팩트럼은 넓기만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갈수록 AMOC 움직임은 느려지고 있으며,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해수면과 강수환경 격변, 무엇보다 과거보다 추운 겨울이 대서양 북반구를 중심으로 도래하리란 점이다. 이는 과학계가 동의한 팩트다. AMOC 변화가 미칠 영향이 뚜렷한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지만, 영향이 이곳에만 머물 수는 없다.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강수량이 줄어들면 농업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연구팀은 지난해 말 탄소중립에 도달하더라도 그 시기가 늦다면 AMOC 붕괴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그가 설명하는 AMOC 약화 이슈는 굉장히 논쟁적이고 결론은 불분명할 수 있다. "AMOC가 셧다운됐을 경우를 가장 심각하게 영화로 보여준 게 '투모로우' 속 장면들입니다. 물론 영화는 속도를 크게 과장한 것이고요. 어쨌든 AMOC가 약화되면 전체적으로 북반구 고위도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남북간 온도 차이가 강화됩니다.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기상변동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AMOC 약화 정도를 판단하는 건 과학자마다 크게 다르다. 국 교수는 해양순환을 위성으로 관측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를 타고 나가 특정 포인트를 관측해야 하는 만큼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기온을 관측한 건 100년 정도 됐는데, 순환하는 해양을 측정한다는 건 이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도 비쌉니다. 그래서 AMOC 현황에 대한 측정 역사는 불과 수십 년 정도에 그칩니다." 다만 국 교수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지금 기후변화 추세라면 AMOC 셧다운은 2100년 안에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영화에서 인류는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살포한 후과로 닥친 부작용으로 인해 끝없는 겨울과 마주했다. AMOC 붕괴 완화를 위해 에어로졸을 살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성 논쟁도 예상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 남극 대륙 빙하 용융 또한 AMOC 약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힌(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논문 게재) 연세대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는 AMOC 순환 시스템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변화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키포인트"로 설명했다. "20세기 중반부터 끊임없이 AMOC가 약화되고 있다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빙하 용융으로 해수 염분 정도가 변하면서 온도를 배분하는 해양 속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가 기존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약화되는 속도는 과거 관측과 비교하면 상당히 빨라졌고, 이는 지구온난화 정도와 비례합니다."
AMOC가 완전히 멈춘 그날, 우리가 마주할 현실은 무엇일까. 안 교수는 확신할 수 없지만, 빙하기 회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북대서양 쪽 온도가 현재와 다르게 많이 내려가는 대신, 주변 지역은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역별 온도 차이가 커지겠죠. 아시아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요. 굉장히 건조해지거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거 빙하기 전과 비교하면 2배나 높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추워지는 미래를 걱정할 건 아닙니다."
기온강하와 강우량 변화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당장 판단하기 힘든 만큼, 최선은 AMOC 약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결국 빙하 용융을 주도하는 지구온난화에 제동을 거는, 즉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전 지구적 노력이 해법이다. 국 교수는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인간이 기술을 동원해 '지구 기후를 컨트롤하는 게 옳은가'라는 물음이다. 자칫 미지의 재난과 직면할 수도 있어서다. 이에 찬성한다면 돌파구가 전혀 없지도 않다. "기후공학과 관련해 논문을 쓰고 있는데, 영화 '설국영화'에서처럼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뿌려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킬 경우 AMOC 붕괴 티핑포인트에서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현재 학계에선 매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홍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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