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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인사, 생전에 정해두세요”
고인 추모하는 장례식은 변신 중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2 2026 02:22 PM
"우리가 20년 전만 해도 터부시했던 화장이 이제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빈소 중심의 장례도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로 바뀌는 '제2의 장례 혁명'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5선 국회의원 출신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가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5선 국회의원 출신의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장례의 간소화'라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접객과 의례에 집중됐던 장례의 중심을 '고인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로 옮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 대표는 "추모식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인의 삶을 간단히 정리해 낭독하고, 추도사를 읽고,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는 겁니다. 평일에 빈 예식장도 활용해 볼 수 있겠지요."
'흔한 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장례를 치르겠다는 결단은 본인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다. 경황이 없을 가족들은 이런 논의를 할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원 대표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은지 생전에 정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전장례의향서'가 대표적이다. '이별준비노트'로 불리는 이 서류는 원하는 장례 방법과 절차를 미리 적어 두는 것이다. 원 대표는 "나는 '수의 대신 평소 좋아하던 옷을 입혀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놨다"고 귀띔했다.
죽기 전 미리 짜두는, 나의 장례식

2011년 2월 부산 KBS에서 열린 세시봉 콘서트. 오른쪽부터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0년대 음악감상실 세시봉(C’est si bon)에서 활동한 가수 윤형주씨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내가 좋아했던 노래와 내가 만든 노래를 자녀들이 불러주는 추모 공연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온 가족이 콘서트를 열었어요. '음악 가족'이죠. 자녀들이 아버지의 히트곡을 불러주는 것도 좋겠네요. 윤동주 시인이 육촌 형이고 집안에 시인도 많으니 하루는 음악으로, 하루는 문학으로, 또 다른 하루는 신앙(기독교)으로 나를 추모해주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윤씨가 이런 추모 형식을 생각하는 이유는 형식적으로 삶이 마무리되는 기존 장례식의 '한계' 때문이다. 윤씨는 "장례식장 앞에 줄지어 선 조화가 고인이 평생 맺어온 관계나 인생관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장례를 잔치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고인을 제대로 기억할 방법을 찾는다면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가족과 지인을 초대해 인생을 미리 마무리하는 '생전 장례식'까지 생겼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나의 장례식을 미리 짜보겠다'고 마음먹는 데까진 저마다 계기가 필요할 터. 윤씨도 올해 열린 고교 졸업 60주년 행사에서 이런 구상을 하게 됐다. "동기 약 480명 중 120명가량이 이미 세상을 떠났더라고요."
8일장이든, QR코드든... 중요한 건 '애도'

14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에서 유리 관에 들어가 있는 본보 문지수 기자의 손을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가 어루만지고 있다. 고인을 보다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장례를 고민하며 만든 것이 유리 관이라는 게 송 대표 설명이다. 윤기훈 인턴기자
하지만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례 방식과 절차를 정하는 몫은 대부분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간다. 다만 고인이 생전에 특정한 방식의 장례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해도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고인을 제대로 모시는 방법은 많다"(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방식은 가족 내 분위기와 상황 등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어머니를 보낸 이순오(55)씨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방식을 택했는데, 8일간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모친이 60대에 뷔페에서 잔치하던 사진, 70대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80대에 보성 녹차밭으로, 90세에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 갔던 사진을 보며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렸어요. 어머니가 즐겨 듣던 찬송가도 함께 듣고, 자녀들에게 유언처럼 남긴 '싸우지 말라'는 얘기를 소재로 캘리그래피 공연도 했습니다."
전시장을 빌려 고인의 사진을 전시한다거나, 나무로 만든 불투명한 관 대신 유리로 만든 관을 택해 좀 더 생생하게 마주하는 등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맞춤형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패밀리의 송길원 대표는 "가령 고인의 생전 영상이 나오는 QR코드를 장례식장에 부착하는 건 어렵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장례 형식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그 중심에 고인의 삶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애도가 자리 잡고 있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은별·문지수·나광현 기자·김희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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