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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0-78세 ‘노화의 고비’
건강수명에 절실한 ‘근육 저축’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1 2026 01:56 PM
근감소증, 장애와 사망 위험 높여 젊은 날의 충분한 근육운동 필수 운동 후 충분한 단백질 섭취 중요
건강수명과 관련,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혈장 단백질체는 나이에 따라 매년 일정하게 변화지 않았다. 대신 약 34세, 60세, 78세를 전후해 비교적 큰 변화의 파동을 보였다. 이는 우리 몸의 노화는 직선처럼 진행되기보다는, 생애 여러 시기에 변화 속도와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노화는 매년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변화 구간을 거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삽화=신동준 기자
그런 의미에서 근육량을 생각해보자.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할까. 많은 이들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보다 힘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걸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줄어든 근육 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지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버거워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험이 커지고, 한 번의 낙상이 골절과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고 신체 기능까지 떨어진 상태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긴 불편함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감소증은 단지 팔과 다리가 가늘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근육은 걷고, 계단을 오르고,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기관이며 동시에 혈당을 조절하고 에너지 사용에도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근육이 줄어들면 신체활동이 감소하고,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다시 근육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근감소증은 독립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낙상과 골절, 입원, 만성질환의 악화를 통해 건강수명을 위협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애와 사망 위험이 높다는 결과도 보고돼 왔다. 겉으로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인 셈이다.
그렇다면 근감소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많은 사람은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기를 70대나 80대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근육의 변화는 노년기에 접어든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체감하기 훨씬 전부터 근육량과 근력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34-60-78' 시기의 중요성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근감소증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점은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때라기보다, 축적된 생활습관과 신체활동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 가깝다. 70대와 80대에 사용할 근육은 그 나이가 된 뒤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을 때부터 충분한 근육과 근력을 만들어 두고, 중년 이후에도 규칙적 근력운동을 통해 감소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기에 사용할 근육은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저축해야 한다. 근육이 줄어든 뒤 이를 되찾으려 애쓰기보다, 아직 불편함이 없을 때부터 지키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근육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집 근처 공원에 나가보면 아침 저녁으로 건강을 위해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걷기는 심폐 건강을 유지하고 활동량을 늘리는 데 매우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근육과 근력을 지키려면 걷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근육은 평소보다 큰 부하를 받을 때 유지되고 발달한다. 스쿼트, 계단 오르기, 밴드 운동, 아령 들기처럼 근육에 저항을 주는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거운 기구를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체력보다 약간 높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헬스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무거운 바벨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짚고 팔굽혀펴기, 가벼운 밴드를 당기기처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동작도 충분히 좋은 시작이 된다. 익숙해지면 횟수나 저항을 조금씩 늘려 근육이 계속 적응하도록 하면 된다.
운동과 함께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근육은 운동이라는 자극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운동 후 회복 과정에서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이 공급돼야 근육을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식사량이 줄거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매 끼니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고르게 섭취할 필요가 있다. 운동은 열심히 하면서 식사를 거르거나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면 오히려 근육을 잃을 수 있다.
근감소증은 노인이 된 뒤 갑자기 찾아오는 질환이 아니다. 오랜 시간 근육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은 결과가 뒤늦게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 70대와 80대의 가파른 변화는 그때부터 운동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더 일찍 준비했어야 했다는 경고에 가깝다. 미래의 나를 스스로 일상을 살아가게 할 근육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 근육은 오늘부터 조금씩 만들어야 한다.
조진경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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