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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처럼 살지 못하는 판다

캥거루처럼 뛰지 못하는 캥거루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9 2026 01:38 PM

사랑과 혐오 사이 놓인 동물들


경기 용인시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지내던 판다 '푸바오'가 2024년 중국으로 떠났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4년 동안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푸바오. 많은 사람들이 푸바오와의 이별에 울기도 했다. 코로나 시절에, 마음이 힘들 때, 어떤 이유든 많은 사람들이 푸바오에게 위로를 받고, 푸바오를 사랑했다. 외형 자체가 귀여움을 장착했고, 대기업의 마케팅과 언론의 호들갑도 한몫했다. 한국에서 동물원 동물이 이런 인기를 얻은 일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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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일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대나무를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날 푸바오는 중국 반환 전 마지막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푸바오가 중국에서 시든 대나무를 먹고 있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푸바오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얼마나 홍보를 하는지 채널을 돌리다 보면 푸바오가 보였다. 멍하니 보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 갔다. 마음으로는 불편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푸바오를 보면 영화 ‘트루먼 쇼’가 겹친다. 영화의 주인공 트루먼의 탄생을 무려 17억 명의 세계인이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태어나보니 인플루언서가 된 셈이다. 성장하면서 5,000대의 카메라가 빈틈없이 트루먼을 중계했다. 한 생명이 자신은 알지 못한 채 엿보기의 대상이 되었다. 푸바오도 태어나자마자 공개됐고,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편집해서 업로드됐다. 에버랜드의 수많은 동물 영상 중 부동의 1위는 여전히 어린 푸바오와 사육사가 함께 있는 영상이다.

이 정도면 판다를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 세계 동물원으로 임대를 간 판다들은 동물원 마스코트처럼 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중국으로 반환된다. 태어난 곳도 아닌 곳에서 인공수정으로 고생도 하고, 코로나 때는 관람객이 없다 보니 판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서 갑자기 반환되기도 했다. 동물은 감정이 없는 존재가 된다. 중국은 1987년 멸종위기종인 판다 프로젝트를 대단한 듯 시작했지만 태어난 400마리의 새끼 중 단 5마리만 야생에 방사했고 그중 3마리가 살아남았다. 최근 방사 성공률이 높아졌다지만 야생의 판다가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면 종 보전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을까.

중국으로 간 후 푸바오의 이상 행동 소식이 들렸다. 푸바오가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훈련으로 익힌 동작 같았다. 판다가 판다처럼 살지 못하고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수단이 되고, 돈을 버는 도구가 되었다. 낯선 곳에 가서 인간의 비위도 맞추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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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푸바오 팬 모임인 '푸덕이'들이 3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내남네거리에서 열린 푸바오 환경 개선 촉구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출판사 독자들과 여러 동물원을 찾아다니며 걷기 행사를 했었다. 동물원 동물의 삶이 뭐가 문제인지, 어떤 방식으로 동물을 돌보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그중 한 동물원은 동물을 직접 만지는 체험을 할 수 있고, 동물 쇼와 유사한 동물 퍼레이드도 하는 등 걱정될 정도로 인간과 동물은 심하게 가깝게 있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표범 우리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었고 심지어 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인간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공간이었다. 이 동물원에서의 모든 발걸음이 다 무거웠다.

그중 캥거루가 눈에 밟혔다. 캥거루는 내실로 들어가고 싶어서 닫힌 문 앞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인간의 시선을 피하고픈 캥거루는 고집스럽게 문만 바라봤다. 먹이통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인간을 쳐다보며 불편해했던 캥거루다. 동물원으로서는 인간이 동물을 가까이 보는 것을 원하니 먹이통을 인간 가까운 곳에 뒀을 것이다. 맥락 없이 갇힌 동물을 집요하게 구경하는 인간의 행위는 얼마나 얄팍한가. 결국 문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아마도 동물원의 문이 닫히고서야 내실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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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로 들어가고 싶어 닫힌 문 앞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던 캥거루의 모습. 책공장더불어 제공

 

동물원 동물은 인간의 시선을 피해 숨고 싶다. 인간이 내는 낯선 소리, 냄새로부터도 벗어나고 싶다. 시선을 피할 곳이 없으면 지속되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기도 한다. 푸바오가 인간에게 인사를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것처럼 캥거루도 인간의 오락을 위해 퇴근 시간까지 참아야 했다. 야생동물 수의사에게 이 캥거루 이야기를 했더니 푸바오가 머물던 곳에도 내실로 들어가는 문에 긁힌 자국들이 많다고 했다. 캥거루도 판다도 관람객이 원하니 먹는 모습도, 움직이는 모습도, 똥오줌 싸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퇴근을 기다려야 한다. 모든 동물이 인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최근 새 영상을 찍는 유튜버가 길고양이를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어 길고양이 무단 급식과 급식소 설치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 청원도 냈다. 주장하는 것이 몇 년 전에 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새롭게 비판할 것도 없다. 생태계 훼손을 말하는데 무엇이 지금의 생태계를 훼손하는지도, 자신의 발언이 혐오라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심한 왜곡인지도 모른다. 혐오는 무지에서 온다.

언젠가 지인의 동네를 함께 걸었다. 상업지구와 일반 주택이 섞인 곳이었는데 골목에는 조금의 흙도 녹지도 없어서 놀랐다. 그래서인지 길에서 고양이 똥, 고양이 사체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고양이는 습성상 흙을 판 곳에 똥을 싸고 흙으로 덮는다. 죽을 때도 몸을 숨기는데 그럴 만한 공간도 없다는 의미다. 골목을 걸으며 수많은 생명이 사는 도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고양이 하나 없는 골목에는 새도 날아오지 않는다. 50년 넘게 살고 있는 우리 동네도 점점 새 종의 다양성이 줄고, 수도 많이 줄었다. 녹지가 모두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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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꿈의숲에서 돌봄받던 동네고양이 '금비'의 생전 모습. 금비는 다른 고양이들이 목숨을 잃은 지 약 열흘 만에 모습을 드러내 중독 증상을 보였다. 케어테이커 독자 제공

 

문제를 협소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절대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울시는 2008년 종로구에 고양이가 많다는 민원을 받고 고양이를 잡아서 살처분했다. 그랬다가 바로 쥐가 들끓어서 21세기에 쥐잡기 운동을 했다. 2009년 서울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죽였다가 잡아서 수술시켜 방사하고…. 인간 비위 맞추기 어렵다.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는 보이는 것을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왜곡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언가 찍고, 편집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성정이다. 생각하는 것, 주장하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인간과 시선을 마주치며 살던 생명들이 어쩌다 인간의 비위를 맞추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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