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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쏘는 페이커·가상 연애하는 기안84
방송가 대세 떠오른 AI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6 2026 01:52 PM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실험 단계를 넘어 일상적인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작 준비나 후반 작업을 보조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촬영을 100% 대체하거나, 아예 그 자체가 소재가 되는 등 방송 창작 과정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영화 'Her' 현실판부터 대규모 전쟁 장면까지

디즈니플러스 '머더클럽' 중 생성형 AI로 구현한 한 에피소드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총을 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미스터리 추리 게임쇼 ‘머더클럽’을 공개했다. 다양한 배경에서 고유한 캐릭터를 부여받은 출연자들이 치열한 심리전을 펼쳐 살인사건 용의자를 가려내는 방식의 두뇌게임이다. 롤플레잉 추리 게임의 원조로 꼽히는 ‘크라임씬’과 닮았지만, 생성형 AI 기술로 차별화를 꾀했다. 교도소에서 죄수복을 입고 총 쏘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조선시대 귀양지로 내려온 양반 빠니보틀처럼 출연진 알리바이와 사건 현장을 영상으로 시각화해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영화 ‘그녀(Her)’처럼 AI를 핵심 소재로 채택한 예능도 등장했다. 이달 20일부터 방송되는 SBS 연애 리얼리티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기안84와 개그우먼 장도연, 배우 이유비는 태블릿 PC 속 AI 파트너와 관계를 맺고 일상을 함께하며 설렘과 질투, 혼란, 후회 등 예측하지 못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AI를 사람의 연애 상대로 조명하는 리얼리티가 나온 건 처음으로, 제작진은 “A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요즘, 과연 ‘사랑’까지 가능할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AI 활용도 부쩍 과감해졌다. KBS는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대하드라마 ‘문무’의 대규모 전쟁 장면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촬영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고 제작 효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기존 방식으로는 못 만드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게 KBS의 설명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김부장’도 3분짜리 액션 시퀀스를 통째로 AI로 생성해 화제를 모았는데, 주연배우 소지섭은 종영 인터뷰에서 “이제는 AI와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산업 논리 이전에 시청자 살펴야" 조언도

20일부터 방송되는 SBS '기이안 연애'에서 방송인 기안84가 태블릿 속 AI 파트너와 데이트하는 모습. SBS 제공
과거 AI가 사전 검증을 위한 콘티 생성이나 이미 만들어진 영상 위에 얹는 소극적 방식으로만 쓰였다면, 이제는 창작의 영역까지 스며들어 콘텐츠 서사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게 현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사업체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20%로 반년 새 7.1%포인트 껑충 뛰었다. 주요 활용 분야도 콘텐츠 제작(63%), 콘텐츠 창작(43%)이 가장 높았다.
AI 활용 콘텐츠의 산업적 이점이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예술작품일수록 대중은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싶어 하고, 고유성을 찾는 심리가 강하다. 아날로그적으로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용자가 왜 콘텐츠를 소비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려 하는가에 대한 사유 없이 산업 논리에만 휘둘린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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