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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움직여야 하는가, 몸이 뇌를 만든다
뇌과학과 운동의 관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6 2026 01:22 PM
입시 경쟁에 운동 뒷전이지만 체육은 ‘공부하는 뇌’ 만드는 시간 스포츠 정책, 국민 全생애 접근을
시험 전날 밤, 책상 앞에 몇 시간째 앉아 있는 학생이 있다.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만 머릿속에는 들어오는 게 없다. 이 학생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참고서 한 권을 더 펼치는 일일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일일까. 뇌과학은 주저 없이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삽화=신동준 기자
우리는 흔히 뇌가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뇌과학은 그 반대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몸도 뇌를 만든다는 얘기다. 인간의 감정과 이성, 의사결정은 뇌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과 환경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 움직이는 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운동은 근육을 단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생물학적 과정이자, 몸과 뇌를 함께 성장시키는 인간 고유의 활동이다.
인류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 몸을 움직이며 진화해 왔다. 걸으며 먹이를 찾고, 달리며 위험을 피하고, 함께 움직이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뇌가 만들어졌다. 움직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었다.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의 삶은 인류의 진화사에서 매우 최근의 예외일 뿐이다. 몸이 멈추면 뇌 역시 본래의 방식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운동이 뇌를 실제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증명됐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과 연결을 돕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한다. 집중력과 실행 기능은 높아지고 스트레스와 불안은 줄어든다. 운동 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의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에게 더욱 결정적이다. 뇌는 몸으로 탐색하고 경험할 때 가장 잘 배운다. 뛰고, 던지고, 균형을 잡고, 친구와 함께 협력하며 노는 경험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뇌가 공간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을 키우는 학습 과정이다. 체육은 공부를 방해하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뇌'를 만드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입시 경쟁 속에서 체육은 뒷전으로 밀렸고, 아이들의 일상은 운동장보다 스마트폰 화면과 가까워졌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체력 저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체활동이 줄어든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며 또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성적을 높이겠다고 아이들을 더 오래 앉혀두는 사이, 정작 배우는 뇌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을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스포츠 정책도 새로운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특정 연령이나 집단의 참여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전 국민의 '전 생애'를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동기에는 다양한 움직임 경험을, 청소년기에는 신체활동의 습관화를, 성인과 노년기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운동의 필요성은 알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몰라 헬스장 등록과 해지를 반복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움직이는 것'과 '올바르게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스포츠 복지의 출발점은 단순히 참여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움직임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개인은 당장 무엇을 하면 될까.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다. 하루 20분 정도 숨이 약간 찰 정도로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뇌의 영양분인 BDNF가 분비되며 신경세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라켓 스포츠, 구기 종목, 댄스처럼 새로운 동작을 배우거나 균형과 민첩성을 요구하는 복잡한 움직임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유산소 운동이 뇌세포의 씨앗을 심는 과정이라면, 신규성과 복잡성을 지닌 움직임은 그 세포들을 촘촘하게 연결해 정교한 신경회로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뇌는 새로운 움직임 자극을 만날 때 가장 활발하게 재조직된다.
몸이 뇌를 만든다. 미래 사회가 길러내야 할 인재는 더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움직이며 배울 줄 아는 사람이다.
정현우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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