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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혐관·첫사랑
뻔한데 설레는 ‘로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5 2026 02:52 PM
‘최애의 사원’ ‘이런 엿같은 사랑’ 등 전형적 설정 내세운 로코물 잇따라 진입 장벽 낮고 중독성, 해외서 인기 “스타에만 의존, 서사 완결성 놓치면 시청자들 중간 이탈 가능성 우려도”
기억 상실 주인공, 오피스 삼각 로맨스, 첫사랑 재회, 출생의 비밀. 낯 익은 클리셰를 자르고 이어 붙인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 나란히 등판했다. 거창한 세계관과 무거운 장르물에 지친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해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 중독성 있는 ‘아는 맛’을 들고 나온 것이다.
"원래 '아는 맛'이 무섭다는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에서 기억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난 엘리트 검사 고은새(하영)가 거울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은 전형적인 ‘로코스러운’ 설정으로 꽉 찬 드라마다. 잘 나가는 엘리트 검사였지만 사고로 지문과 기억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난 고은새(하영)는 자칭 남자친구라 우기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와 시골 엿마을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의심으로 똘똘 뭉친 은새와 순정남 태하의 ‘혐관(혐오 관계)’은 ‘입덕 부정기’를 거쳐 점차 호감으로 바뀐다.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얽혀 있던 둘의 인연, 태하의 어두운 과거와 출생의 비밀까지 2000년대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흐름대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알아서 더 끊을 수 없는 재미, 그게 바로 제작진의 노림수다. 드라마를 연출한 김장한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아는 맛이 무섭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말 무서운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방송에서도 로코물 경쟁이 뜨겁다. tvN 월화드라마 ‘최애의 사원’은 신입사원 여주인공과 회사 대표, 이사의 삼각관계를 그린 오피스 로맨스에 ‘선재 업고 튀어’(2024)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결합했다. ‘최애’ 아이돌이 세운 패션 플랫폼에 입사한 남다름(김혜준)의 사랑과 커리어 성장기를 통해 직장인 아이돌 팬의 로망을 정조준한 것이다.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은 로코 고전 공식인 첫사랑 남녀의 재회를 그린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생계형 리포터로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함께 영화 감독을 꿈꿨던 첫사랑과 다시 만나 지우고 살았던 꿈을 떠올리는 여정이 극의 골자다.
"배우 스타성에만 기대선 한계" 쓴소리도

tvN 드라마 '최애의 사원'에서 신입사원 남다름(김혜준)이 성덕이 되기 위해 입사한 회사에서 최애 아이돌 이찬(차우민)과 마주한 장면. tvN 제공
전형적인 장치를 앞세운 클리셰 로코는 K콘텐츠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화제작 ‘키스는 괜히 해서!’도 국내 최고 시청률은 6%대에 머물렀지만,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부문 글로벌 1위를 찍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엿같은 사랑’ 역시 플릭스패트롤 기준 태국, 베트남 등 20개국에서 일간 1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 계급과 장벽을 극복하는 서사, 가족적인 분위기가 같은 아시아권 국가 시청자들에게 특히 큰 공감과 대리 만족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클리셰 자체가 사실상 결말과 전개를 예측하게 만드는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만큼, 주변을 지탱하는 서사가 탄탄하지 못하면 시청자의 중간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팬덤 구축 효과를 기대하며 의도적으로 일부 주연 배우에게 서사를 몰아주는 연출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배우의 스타성에만 기대 서사적 완결성을 놓친 드라마는 굿즈 판매 등 일회성 소비 효과를 낼 뿐,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남기는 어렵다”며 “세계 시장에서도 대만 로맨스물과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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