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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칼럼(89) 내 인생의 '흑자도산' 방지책
김태완 모기지 칼럼(89)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Aug 17 2026 01:18 PM
‘백만 달러가 넘는 집을 가지고 있는데, 매달 쓸 수 있는 돈은 빠듯하다.’ 캐나다의 적지 않은 은퇴자들이 바로 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평생 모기지를 갚아 집을 마련했지만, 은퇴와 함께 근로소득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주택이라는 큰 자산과 제한적인 연금소득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산일까요, 아니면 이미 가진 자산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것일까요?
2026년 현재 기준의 숫자를 보면 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65~74세의 OAS 최대액은 월 751.97달러입니다. GIS는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지고, CPP 역시 개인차가 크지만 2026년 65세 신규 수급자의 평균액은 월 877.01달러, 최대액은 1,507.65달러입니다.
예를 들어 65세 독신 은퇴자가 CPP를 월 877달러 정도 받고 OAS를 최대액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전부 월 약 1,629달러, 연간 약 19,550달러입니다. 여기에 GIS가 추가되면 좀 더 많은 실제 수령액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부연금은 그렇게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OAS와 GIS로 생활비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노후소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돈으로 주거비, 식비, 자동차, 보험, 재산세, 공과금, 의료비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여유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언스플래쉬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분이 100만 달러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고 모기지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을 팔면 100만 달러라는 유동성이 생기지만 대부분의 은퇴자는 살던 집을 팔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집과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옮기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여기에서 역모기지의 필요성이 등장합니다.
역모기지는 주택가치의 최대 약 55%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100만 달러짜리 주택이라면 20%만 빌려도 20만 달러의 여유자금이 생깁니다.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게다가 역모기지에서 받은 돈은 OAS나 GIS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20만 달러를 역모기지로 승인 받아서 매달 1,666달러씩 10년 동안 사용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월 1,666달러의 추가적인 현금 흐름으로 은퇴자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식료품 가격이 올라도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을 수 있고, 자동차 수리나 집 수리 같은 큰 지출이 발생해도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떨어질까 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궁핍한 은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역모기지는 비용이 없는 ‘마법의 돈’이 아닙니다.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쌓아두는 구조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잔액이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자율을 7%로 가정하고 20만 달러를 일시에 빌린 뒤 10년 동안 상환하지 않는다면, 10년후 모기지 잔액은 약 39만 3천 달러가 됩니다. 그런 연후에도 60% 이상의 자산이 남는 결과이고,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면 내게 남는 자산은 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실제 상품의 금리와 조건은 이와 다를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인출하느냐에 따라 일정기간 후 남는 자산의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역모기지를 단순히 ‘비싼 빚’이라고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비교해야 할 것은 역모기지의 이자와 그 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만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역모기지로 받을 수 있는 만큼, 매년 약 2만 달러를 투자자산을 매각해서 사용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시장이 하락할 때에도 주식을 팔아야 한다면 자산을 회복할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소비를 줄인다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은퇴기간의 삶의 질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집에 100만 달러가 묶여 있는데 매달 생활비 때문에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노후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주택가격이 과거처럼 계속 폭등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CREA는 2026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약 68만6,710 달러로 전년보다 1.1%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CMHC 역시 2026년 주택가격은 안정되거나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리 역시 “조금만 기다리면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은행은 2026년 7월, 연속 6번째로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고, 2026년 경제 성장률을 0.7%로 전망하면서도 미국의 무역정책과 중동 사태를 주요 불확실성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2026년 하반기 약 2.5% 수준으로 내려간 뒤 2027년 초 2% 목표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볼 때 지금 우리가 해야할 핵심 질문은 “집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가 아니라, “내가 가진 집의 자산가치를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은퇴자에게 역모기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CPP·OAS·GIS와 금융자산이 있고 생활비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이자를 부담하면서 주택자산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그렇게 풍족한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역모기지를 통해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고,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며, 평생 축적한 가장 큰 자산을 자신의 삶을 위한 ‘마지막 소득원’으로, ‘나를 지켜주는 연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집만 가진 채 생활비가 부족해서 곤궁한 삶을 산다면, 이는 마치 회계 장부상 흑자인 기업이 실제 필요 한 현금부족으로 파산을 맞는 ‘흑자도산’의 상황에 비견될 만합니다. 기업경영이든 개인의 삶이든 현금 흐름 즉, 유동성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대목입니다. 역모기지는 주택자산을 ‘그림의 떡’이 아닌 ‘먹을 수 있는 떡’으로 만들어 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김태완 | JP Mortgage 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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