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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더 느는 대상포진
‘72시간 골든타임’ 놓치면 신경통 합병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30 2026 03:14 PM
통증부터 시작, 근육통 치부하다 4~5일 뒤 수포 생겨 병원 찾기도 ‘항바이러스제’ 빠른 복용이 필수 안면 발생 땐 시력 저하·마비 위험
“처음에는 오른쪽 등부터 옆구리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찌릿했어요.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생긴 근육통인 줄 알고 파스만 붙이고 이틀을 버텼는데, 통증 부위를 따라 붉은 반점이 생겼습니다.”
최근 대상포진 치료를 받은 직장인 김모(45)씨는 “통증이 매우 심해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증상 초기를 회상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대상포진은 평생 한 번 이상 앓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3명 중 1명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피부 발진이 가라앉은 뒤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어 발진 후 72시간 이내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여름철에 환자 증가 경향 뚜렷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약 75만 명에 달한다. 전체 환자 중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65%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대상포진을 앓기 쉽다는 얘기다. 계절별로는 여름철에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3~2025년 월별 환자 수를 보면 7~8월에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1~2월 환자 수보다 평균 26% 많았다.
여름철에 환자가 많은 이유는 무더위와 열대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체력이 고갈되는 데다,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이로 몸의 면역 체계가 흔들리기 쉬워서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름에는 냉방에 따른 실내외 온도 차와 무더위로 면역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며 “대상포진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만성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 30대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속에 숨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면서 발병한다. 평소에는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해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노화와 과도한 스트레스, 만성 피로, 무리한 육체 활동,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보다 통증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몸 한쪽이 찌릿하거나 콕콕 쑤시는 느낌으로 시작해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나 화끈거림으로 이어진다. 증상은 보통 2~5일간 지속되며, 이후 통증 부위를 따라 붉은 반점과 수포가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장유경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발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증상을 단순한 근육통이나 피로로 오해하기 쉽다”며 “많은 환자가 통증을 느낀 뒤 4~5일이 흐르고 수포가 올라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몸 한쪽 찌릿찌릿 아프면 병원으로
피부 병변은 보통 2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물집이 다 나았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바이러스 때문에 손상된 신경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게 될 수 있어서다. 이는 피부 병변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길게는 수년 동안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머리카락이 스치기만 해도 고통을 느끼는 이질통이나,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이상 감각이 대표적이다. 눈과 귀 주변에 생긴 대상포진은 각막염과 시력 저하, 안면신경마비도 불러올 수 있다. 권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고령층일수록, 면역저하자일수록, 초기 통증이나 수포가 심할수록, 치료가 늦어질수록 발생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이다. 발진·수포가 생기고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피부 병변 치유가 빨라지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구상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진통제와 국소 마취 패치를 함께 사용하고, 약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우면 신경차단술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사해 염증을 줄이고 통증 신호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치료다.
대상포진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확실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50세 이상 성인 또는 18세 이상이면서 면역이 떨어진 성인이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약 98%에 달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 효과 역시 90%로 높은 편이다. 이 교수는 “현재 접종되는 대상포진 백신(재조합 사백신)은 암 치료, 장기이식, 류머티즘 질환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쓰는 환자도 접종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이 나타났다면 무리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쉬어야 한다. 세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수포를 긁거나 문지르지 말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사우나나 때밀이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수포가 터지고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 더 커진다. 권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피부 수포에 집중해 연고만 바르다가 항바이러스제 투여 골든타임을 놓친다"며 "몸 한쪽에 원인 모를 통증이나 띠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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