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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산을 붙들던 '접착제' 녹아
원인 제공은 인간" 美 전문가가 본 네팔 참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30 2026 03:30 PM
산악지형학 권위자 알톤 바이어스 박사 인터뷰 "빙하·영구동토층 붕괴에 극한 폭우까지 겹쳐" "무분별한 강 유역 개발이 피해 키웠다" 비판 붕괴 예측보다 개발 제한·토지 이용 관리 시급
"네팔 참사는 일회성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누적된 기후온난화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까지 겹쳐 일어난 복합 재난입니다."
세계적인 산악지형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인 알톤 바이어스 미국 콜로라도대 북극·고산연구소(INSTAAR) 선임연구원은 28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네팔 국경 지역을 덮친 대홍수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30년 넘게 히말라야와 안데스 등 세계 고산지대를 누비며 기후변화와 빙하 재해를 연구해 온 그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알톤 바이어스 미국 콜로라도대 북극·고산연구소(INSTAAR) 선임연구원은 28일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네팔 대홍수를 통해 히말라야가 직면한 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본인 제공
바이어스 박사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이지만, 확보된 원격탐사 자료와 예비 증거를 종합할 때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위치한 랑탕 리룽 봉우리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붕괴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붕괴한 빙하와 암석 파편이 계곡 바닥까지 약 2,000m를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는 과정에서 지진 수준의 엄청난 충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농도의 거대한 토석류가 계곡을 덮쳤다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토석류가 강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막아 자연 둑을 형성했다가 무너지면서 하류 지역의 피해를 더욱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네팔 캉첸중가 지역의 빙하호와 홍수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수차례 현지를 답사한 바이어스 박사는 최근 수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뚜렷한 환경 변화를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비교적 예측 가능했던 몬순 우기 패턴이 변해, 최근에는 비가 산발적으로 내리다가도 특정 지역에 단시간 엄청난 양이 집중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폭우뿐만 아니라 온난화로 인해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까지 녹아내리면서 산 전체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냉장고에서 꺼낸 버터'에 비유하며, "수천 년 동안 눈과 얼음, 암석을 단단히 붙들어 매던 '접착제'가 온난화로 인해 급격히 약해지면서 산사태와 암석 붕괴 위험이 급격히 커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홍수 발생 이틀째인 27일 네팔 샤프루베시 마을 피해 모습이 보이고 있다. 샤프루베시=AP 뉴시스
다만 바이어스 박사는 이번 참사를 온전히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리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는 "1860년 이후 가속화된 온난화가 위험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자연적 위험을 초대형 재난으로 격상시킨 주된 원인 제공자는 결국 인간"이라고 꼬집었다. 원래부터 홍수 위험이 높은 하류 평원과 강 주변 지역에 아무런 계획 없이 도시와 인프라가 들어섰고, 위험 지역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현장에 남은 빙하와 암석 파편이 다시 강을 막아 물을 가뒀다가 범람시키는 2차 홍수 위험이 남아 있다"며 "티베트 지역에는 여전히 잠재적 위험이 큰 빙하호가 수백 개 이상 분포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어스 박사는 돌발 재난의 사전 예측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각 융기와 지진 활동이 끊이지 않는 히말라야의 지질학적 특성상, 수천 개에 달하는 고고도 지역의 개별 빙하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조기경보를 울리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사후 경보 시스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홍수 이력이 있는 하류 평원과 강 유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공간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험 지역을 미리 구분하고 선제적인 용도지역 지정과 토지 이용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는 제언이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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