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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대신 BYD, K뷰티 대신 '중국 언니' 스타일
동남아시아 안방 삼킨 'C브랜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Sep 09 2026 06:27 PM
저가 레모네이드부터 고급 밀크티까지 거대 인프라 넘어 일상 생활 장악
방콕 중심가 아속역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타나왓(34)은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의 아토3 시동을 걸며 아침을 시작한다. 출근길에 중국 저가 음료 체인 미쉐빙청(Mixue)에 들러 20바트(약 8달러)짜리 레모네이드를 사고, 짬이 날 때는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을 보다가 하단에 걸린 링크를 눌러 틱톡숍에서 쇼핑을 한다. 하루 일상이 ‘C(China·중국)브랜드’에 둘러싸인 셈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국에서 C브랜드는 ‘싼맛’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렴한 음식부터 고급 패션 브랜드, 최첨단 전기차까지 저변이 확 넓어졌다.

3월 태국 방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된 BYD 차량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전기차 판매량이 3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이하 서울 한국일보 사진
중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거대 인프라 투자나 제조업을 넘어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고급 쇼핑몰 층층마다 C브랜드
7일 찾은 방콕 최고급 쇼핑몰 아이콘시암엔 층층마다 ‘중국판 자라’로 불리는 어반 르비보, 중국 캐릭터 라부부를 판매하는 팝마트, 전자제품 샤오미 등 C브랜드가 즐비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 입점하는 1층에는 중국 고급차(茶) 차지(CHAGEE)가 자리 잡았다. 조명과 인테리어는 명품 매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했다.
차지 밀크티 한 잔은 약 120바트(약 5달러) 수준. 20바트 저가 음료가 즐비한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매장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태국 방콕 최고급 쇼핑몰 아이콘시암에 들어선 중국 고급 차(茶) 브랜드 '차지' 매장. 7일 차지 직원 찬야 포스리(오른쪽)는 "한국에서도 차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냐"고 궁금해했다.
차지 직원 찬야 포스리(38)는 “매장 오픈 초기에는 중국계 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태국 남녀노소가 고르게 방문한다”며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굿즈가 나오면 오픈런(대기줄)이 늘어선다”고 했다.
주문을 기다리던 대학생 네핌(20)은 “요새 인스타그램에 차지 매장 사진이 많이 올라와 궁금했다”며 “라부부, 샤오미 등 이미 중국 브랜드에 익숙해 거부감은 없다"고 했다. 차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30여 개, 말레이시아 217개 등 많은 해외 매장을 운영하며 동남아에서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C뷰티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방콕 대형쇼핑몰 유니온몰에 입점한 화장품 편집매장 왓슨스과 이브앤보이에서는 주디돌 등 C뷰티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한 태국 여성은 “요새 태국에서는 ‘파 소 찐(중국 언니 스타일)’이라는 화려한 중국 메이크업이 유행 중”이라며 “화장품은 원래 이것저것 써보는 편이기도 해서 중국 화장품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7일 방콕 대형 쇼핑몰 유니온몰에 들어선 중국 뷰티 브랜드 '주디돌'의 모습.
중국 기업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도 장악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톱3는 쇼피(텐센트)·틱톡숍(바이트댄스)·라자다(알리바바그룹)로 모두 중국계 자본의 영향권에 있다. 쇼피는 싱가포르 업체지만 중국 IT공룡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틱톡숍의 동남아 연간 총거래액(GMV)은 2022년 44억 달러에서 지난해 미화 456억 달러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들은 C브랜드와 동남아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차 아성' 태국 도로도 점령
방콕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아팃(48)은 지난해 일본 도요타 내연차를 처분하고 광저우자동차의 전기차(GAC) 아이온(AION)으로 갈아탔다. 그는 “일본 차를 선호하지만 중국 전기차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 연료비도 저렴해 차를 바꿨다”며 “실내 디자인이나 편의 사양 등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도요타·혼다 생산기지가 있는 태국은 일본차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일본 차의 아성’으로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전환 흐름을 타고 BYD, GAC, 창안 등 C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의 80%를 점령하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반중 정서도 넘은 '가성비'… 각국 방어벽은 '역부족'
태국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유소프이삭연구소(ISEAS) 호앙 티 하·팜 티 프엉 타오 연구원은 8일 기고문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중국 소프트파워 영향력이 저조함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였지만 최근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중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베트남 청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빈 점포가 생기면 미쉐가 들어선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내 미쉐 매장이 2,600개를 넘어설 만큼 확장했다. 틱톡숍은 인도네시아 1위 토종 이커머스 토코피디아 지분 75%를 인수하며 유통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오랜 반중 정서도 C브랜드의 막강한 가성비와 자본력 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C브랜드 공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국 기업인 빈패스트 중심으로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섰다. 태국은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 적용하던 무관세 특혜를 전격 폐지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에 국산부품 의무사용비율(TKDN) 40%를 적용하고, 2027년 60%로 끌어올리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섰다.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C브랜드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C브랜드의 품질과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선 데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문화적 흡인력까지 갖춰가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일상 속 수용도가 동시에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했다.
노나릿 비손야붓 태국개발연구원(TDRI)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 광범위한 공급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며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 기업들은 가격 위주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산업을 보호하려 하기보다 선별된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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