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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솟아오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삐뚤빼뚤 건물에 박힌 핀 ‘시선 고정’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19 2026 02:28 PM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는 한눈에 봐도 기울어진 건물이 즐비하다. 마치 누군가 직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 건물을 짓고 싶어 하기라도 했던 듯 기이한 각도로 외벽이 기울어 있다. 스웨덴이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땅이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을 무겁게 누르던 거대 빙하가 빙하기 이후 녹으면서 지각이 제자리를 찾는 '후빙기 반동' 현상을 겪고 있는 것. 오랜 세월에 걸쳐 지반이 솟아오르니 건물의 수평도 틀어졌다.

스웨덴 스톡홀름 구시가지의 건물들의 수평이 서로 맞지 않아 소실점이 틀어져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구시가지의 건물의 벽이 눈에 띄게 기울어 있다.
기울어진 건물은 구시가지 감라스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도 스톡홀름은 연 약 5㎜씩 지반이 솟아오르고 있는데, 감라스탄에는 700년이 넘은 건물도 있다. 단순 계산으로 처음 건물이 지어졌을 시점 대비 지반이 3m 넘게 솟아오른 셈. 모든 지점이 정확히 동일한 높이로 솟아올랐다면 해수면만 낮아질 뿐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각 지점마다 조금씩 상승 높이가 달랐고 단차가 발생한 지점의 건물들은 기울어졌다.
이 오래된 건물들의 또 다른 특징은 층마다 창문 간격으로 철제 장식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앙카르스루타르(ankarslutar)다. 건물 외벽을 골조의 보에 고정하는 구조다. 벽이 벽 자체나 지붕의 무게에 눌려 바깥쪽으로 휘는 것을 막는 ‘고정핀’ 역할이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설치됐지만 ‘어차피 밖에서 보이는 거 예쁘게 만들자’는 생각에 시대가 지날수록 장식적 요소가 가미됐다. 앙카르스루타르로 문자를 만들거나, 숫자를 만들어 건물 준공연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현재에는 건물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숫자지만, 당시에는 건물이 신축임을 내세우려는 용도였다고.

스톡홀름 구시가지 건물 외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앙카르스루타르.

해당 건물의 앙카르스루타르는 숫자 '1630' 모양으로 돼 있는데, 지어질 당시 올해 지은 '신축'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건물 모서리에 커다란 돌이나 낡은 대포 포신이 묻혀 있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좁은 골목에서 마차가 교차로를 돌 때 바퀴가 건물 모서리에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범퍼다. 17세기 귀족들이 감라스탄에 저택을 지으며 마차 통행이 늘자 설치가 늘었다고.

스톡홀름 구시가지 길모퉁이에 설치돼 있는 부딪힘 방지 돌.

가정집 벽으로 재활용된 바이킹 룬스톤. 왼쪽에 부딪힘 방지 범퍼로 쓰인 포신이 보인다.

바이킹 룬스톤에 새겨진 룬 문자.
범퍼 돌과 더불어 흥미로운 돌이 하나 더 있다. 한 건물 외벽에 박힌 ‘룬스톤’이다. 바이킹 시대 문자인 룬 문자가 새겨진 11세기 비석이다. 건물은 그로부터 수세기 뒤인 중세시대에 지어졌지만 건축 과정에 인근에 세워져 있던 룬스톤을 ‘재활용’했다. ‘토르스텐과 프뢰군이 아들을 기리며 이 비석을 세우다’고 적혀 있는 추모석이 평범한 가정집 벽체로 사용된 것. 문화재 훼손으로 볼 수도 있는 행위였지만 덕분에 비석은 긴 세월 동안 망실·파괴되지 않고 보존됐다.
스톡홀름=글·사진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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