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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데이트·차담...
청춘들 ‘나는 절로’ 짝 찾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26 2026 12:20 PM
조계종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
"앞이 캄캄해서 무서운데요."
"제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겁내지 마세요. 옆에 커브 길이 있습니다."

19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나는 절로' 참가자들이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고 있다. 나민서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주관하는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 '나는 절로'가 열린 19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남녀가 짝을 지어 '블라인드 데이트'를 시작했다. 여성은 검은색 안대로 눈을 가렸고, 남성은 곁에서 길을 안내했다.
여성이 걸음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남성이 여성의 옷소매와 팔꿈치를 살며시 붙잡아 이끌었다. 그러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서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 산책 코스 중간쯤에 다다랐을 땐 역할을 바꿔 남성이 안대를 쓰고 여성이 길잡이를 했다. 걸음걸음마다 설렘이 가득했다. 참가자 강모(32)씨는 "상대에게 의지해 걸을 수 있어 좋았다"며 "소소한 스킨십을 하면서 애정이 싹튼 것 같다"고 말했다.
2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자 513명 가운데 선발된 참가자 20명(남녀 각 10명)은 부지런히 짝을 탐색했다. 블라인드 데이트부터 소지품을 이용해 상대를 정하는 랜덤 데이트, 모든 이성과 약 10분씩 차례로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로테이션 차담, 수다삼매경(TMI 토크)까지 상대방을 알아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나는 절로' 참가자들이 10분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모든 이성과 대화를 나누는 '로테이션 차담'에 참여하고 있다. 나민서 기자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온몸을 던진 참가자도 많았다. 한 여성은 장기자랑 무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푸시업을 해 갈채를 받았고, 다른 남성은 걸그룹 리센느의 '러브 어택(Love Attack)' 안무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앞뜰 벤치와 정자, 흔들의자엔 남녀 둘씩 자리를 잡았다. 참가자들은 낮의 가벼운 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지하게 연애관을 공유했다. 공식 야간 데이트가 끝난 뒤에도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 1시까지 자유 데이트가 이어졌다. 한 남성 참가자는 공식 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음에 둔 여성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함께 나가요"라며 마음을 고백했다.
이번 한국문화연수원 편은 올해 진행된 '나는 절로' 네 번째 행사로, 최종 다섯 커플이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앞서 선운사에선 6쌍, 동화사에선 8쌍, 낙산사에선 5쌍이 탄생했다. 참가자 수를 고려하면 커플 성사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기엔 '중매쟁이'를 자처한 운영진의 숨겨진 노력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참가자들이 도착하자마자 모두 똑같이 법복을 입었지만, 각자 개성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사복 차림으로 자기소개와 장기자랑 시간을 가진 뒤 옷을 갈아입도록 순서를 바꿨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제비뽑기로 남녀 짝을 지어 자리에 앉혔다.
운영진은 데이트 프로그램 중간중간 "누구와 누가 잘 어울린다"거나 "아직 매력을 제대로 못 보여줘 아쉽다"며 참가자들의 짝을 함께 고민했다. 마음에 둔 여성에게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참가자에게는 '보충수업'도 했다.
유철주(48)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기획홍보전문위원은 늦은 밤 남성 참가자와 운동장을 세 바퀴 걸으며 "여기 배려하러 온 것 아니다. 직진해라"라고 조언했다. 남성은 격려에 힘입어 관심 가는 여성에게 용기 내 다시 대화를 신청했고, 이튿날 최종 커플이 됐다.
운영진은 지원자의 조건보다 짝을 찾으려는 '간절함'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참가자 조모(38)씨는 자기소개 영상에 직접 108배를 하는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더니, 최종 선택에서도 간절한 마음을 전하며 상대방을 사로잡았다.
'나는 절로' 운영진인 유철주(왼쪽)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기획홍보전문위원과 공지유 기획홍보부 팀장이 '볼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민서 기자
'나는 절로'는 끝났지만, 인연 찾기는 다시 시작된다. 유 전문위원은 참가자들과 연락하며 연애·인생 상담을 하고, 다른 기수 참가자끼리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공지유(34)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기획홍보부 팀장은 "실제 만남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주 지역과 나이 차이까지 고려해 참가자를 선발한다"며 "행사 전부터 단체대화방을 운영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나는 절로'는 올해 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11월 한국문화연수원과 12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행사를 개최할지 검토하고 있다. 둘 중 한 회는 40대 특집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공주=나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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