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 교수 (서울대 심리학)의 글 일부 발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배후에는 분명 뭔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사건에는 아주 큰 원인이, 미미한 사건에는 미미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음모론(conspiracy theory)은 불확실하고 모순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불확실함이 클수록 음모론에 대한 믿음 또한 더 커진다.
그리고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무작위성 속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찾아내거나 원인을 찾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크다. 이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분명 뭔가 배후에 음모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하기에 가짜 뉴스나 허위보도에 빠져들기 쉬워진다.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 끊임없이 자기 주변에서 규칙이나 의미를 찾는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크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복잡한 인과적 현상을 잘 알아챈다고 자신의 이해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일수록 음모론적 믿음에 쉽게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분석적 추론이나 합리적 추론 능력은 도리어 낮은 편이다. 또한 정확성이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인지적 사고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확성이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음모론에 쉽게 끌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만 알고 있다고 믿는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서 자신이 무언가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신의 일상에서는 결핍된 통제력을 이로 인해 느낄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이들은 남들은 모르는 귀중하고 중요한 정보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자존감이 높아져서 자기의 존재감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마저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존재론적 욕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 존재론적 욕구에 대한 보상으로 그 어떤 이슈가 생기면 계속 그 배후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음모론에 빠지기가 쉬워진다.
우리 인간은 과학자 같이 설명을 추구한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자가 아닌 사이비 심리가 작동하지 않게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그 누군가를 의심하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인지적 모호성을 빨리 종결하려는 욕구를 좀더 제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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