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 대청소기간(Spring Cleaning Season)
그 옛날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통치시절에는 철따라 이런 저런 강조주간,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과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 등이 있고 또 소방본부에서는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불조심 강조기간’으로 정해 놓았다.
그런데 국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 애쓰고 국민들의 사생활에 관여치 않으려 하는 이곳 캐나다에도 춘계 대청소기간(Spring Cleaning Season)이 있다.
물론 권력자나 정부에서 나서서 반강제적으로 실시한다거나 유도하는 게 아니고 역사와 전통에 따라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참여하는 풍습/연례행사의 하나이다.
Spring Cleaning은 춥고 긴 겨울을 동면하다시피 하며 견디며 보낸 사람들이 새봄을 맞이하면서 발벗고 나서서 집안 안팍을 대청소함을 일컫는다.
먼저 겨울 내내 꽉 닫아두었던 창문들을 활짝 열고서 대대적인 환기를 한다.
그리고는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면서 옷장, 벽장(Closet) 속을 비롯한 집안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옷가지며 가재도구들을 하나씩 점검하며 더 이상 쓸모 없어 보이는 생활용품들을 아까워 하지 않고 내다버린다.
좀더 규모 있는 살림을 하는 가정들에서는 온 가족이 나서서 Garage Sale, Yard Sale 등을 실시하여 잔돈푼을 건지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물욕과 소유욕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은 자기네에겐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품들인데도 불구하고 그 Junk들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들은 버리거나 남 주기에는 아깝고 계속 보관하고 있자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꼴 보기 싫은 잡동사니 허접쓰레기들이다.
쇼핑중독에 걸린 아낙네들은 물론 물건 구입에 별로 취미가 없는 사내들마져도, “이거 값싸고 좋은 물건인데!” 하면서 지금 당장은 쓸 일이 없는데도 훗날 꼭 필요한 날이 오게 될 거라는 믿음 속에서 덜컥 구입해서는 차고나 벽장 속에 고이 모셔놓는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혹시라도 그 물건이 필요하게 될 때는 오래 전에 구입해놓은 그 물건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 지를 몰라 한참을 찾다가 포기하고 새걸 다시 구입해서 사용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그게 눈에 뜨이면, “아하! 이게 여기 있었는데 그랬구먼!’ 하며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그 물건의 처치방법을 모색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적에 빈손 쥐고 왔다. 또 떠날 적에도 그저 빈손으로 떠난다. 몇천 평방피트 고대광실 대저택에서 살던 사람들도 죽고나면 단 1평(6Ft.X 6Ft.=36 Sq.Ft.) 묘지에 파묻히게 된다.
그렇게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가 불변의 진리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소유욕은 그 바닥을 모르듯 자신들에게 쓸모 하나도 없는 물품들에도 연연하며 살아가고들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그때 그 시절의 한국에서는 한동안 구호물자 의류들이 태평양을 건너와서 춥고 배고픈 서민들의 애용품이 됐었다.
물론 잘사는 오늘의 서울에서는 다른 사람이 입던 헌옷가지를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여기 검소한 캐나다사람들은 명품 헌옷(Vintage Used Clothing)뿐만이 아니라 남이 입었던 헌옷(Second hand Clothing)들도 크게 개의치 않고 돈 주고 사서 입는다.
그래서 여기 캐나다에는 중고 의류 및 가재도구들을 판매하는 전문점과 고물상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대다수의 동포들은 단 한차례도 들어가 보지 않았을 Goodwill Store, Thrifty Store, Value Village, Kind Exchange, Talize & ReStore 등등이 있다.
토론토에는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200개가 넘는다. 구세군(Salvation Army)에서는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Goodwill Store와 Thrifty Store들을 운영하고 있고 Value Village는 개인영리사업체로서 토론토지역에만도 18개의 대형 매장을 갖고 있다.
그들은 취급하는 의류와 물품의 대부분을 기증/도네이션(Donation)받아 판매한다. 주민들은 자기네 헌옷을 그 가게에 가져다 주고(Drop-off) 그 가게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기증한 의류와 생활용품들에 붙어있는 정가를 지불하고 구입해간다.
죽어가고 있는 편의점 가게 하는 김치맨네는 몇해 전부터 헌옷가지들을 비롯한 살림살이 용품들을 수집해 판매하고 있다.
친척과 친구들에게, ‘아직은 쓸만한데도 입기는 싫은 옷들과 또 그냥 내다버리기에는 아까운 가재도구들을 모아놓고 연락만 해주면 즉시 달려가겠습니다.’했더니 뜻밖에도 꽤 많은 물품들이 모아졌다.
특히 서울로 영구귀국 이사하는 친구 하나는 옷들은 물론 살림살이들과 함께 집안 곳곳에 걸어두었던 그림들까지 싹 보내주었다.
새봄을 맞아 집안 구석구석과 옷장속까지 대대적인 새봄맞이 대청소를 해서는 인근의 중고품 가게에 도네이션하거나 김치맨에게 연락주시기를…
2015. 04.24.
김치맨
+++++
7년전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김치맨네는 지금도 복권만 판매하는 가게를 경영하고 있으나, 중고품 장사는 그만두었습니다.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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