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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사람들은 달이 커지는 현상을 단계로 구분하며 어떤 이는 초승달을, 어떤 이는 그믐달을, 또 어떤 이는 보름달을 좋아한다며 퍽 요란한 이유를 끌어대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나 같은 두메 산골에서 자란 시골뜨기는 달은 달이지 뭐 그믐달이 좋다든지 초승달이 좋다든지 특별한 구별은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생각이지요. 우리 신문학 여명기의 소설가 나도향은 그믐달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여 예쁜 계집 같다고 했습니다.한편, 소설가 김동리는 한(恨)이 깊은 사람들은 그믐달을...

LA 칼럼 ‘로봇 심판’

LA 다저스의 4번 타자 코디 벨린저는 매너가 좋기로 유명하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경기 중 심판의 판정이 맘에 들지 않아도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런 벨린저가 얼마 전 메이저리그 경기서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와의 경기 8회 타석에서 확연히 볼로 보이는 투구 2개가 연속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삼진을 당하자 이에 항의하다 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문제의 투구는 누가 봐도 볼이었다.야구에서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은 가장 잦은 시빗거리다. 포수 뒤에서 가상의 스트라이크 공간 안으로 공이 들어오...

LA 칼럼 ‘죄 없는 자, 돌 던져라’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예수에게 말했다… 모세의 율법에, 이런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다… .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이야기다.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이 말처럼 악용되는 성경구절이 또 있...

LA 칼럼 도밍고의 추락

클래식 음악계에 메가톤급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행 스캔들이다. 오페라의 수퍼스타, 살아있는 전설이며 우상인 도밍고가 미투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폭탄의 위력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강타했다.그 충격파가 가장 크게 느껴진 곳이 이곳 로스앤젤레스다. 도밍고는 LA 오페라를 만든 사람이고, 스캔들의 일부도 이곳에서 일어났고, 현재도 총감독으로 있으면서 그의 이름과 파워로 오페라단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무대에서 노래하거나 지휘하지 않는 시즌이 한 시즌도 없으니, LA 오페라가 이번 일로 받을 타격이 얼마나 클...

허공을 향한 경례

그분이 돌아가신 지 석 달이 되었다. 그의 죽음으로 내겐 빚이 생겼다. 물질로 갚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다.치매를 앓던 내 남편이 마지막 한 해를 요양원에서 보냈던 10년 전, 그는 자주 남편을 찾아와 주었다. 성경구절을 쓴 종이 한 장을 병실 벽에 먼저 붙이고 잘 있었어 하며 남편 곁으로 와 앉았다. 남편은 미소로 그분을 맞았지만 말을 못 하는 남편과의 만남은 서로가 손을 잡고 깊은 눈길로 우정을 교환하는 시간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나, 간다, 잘 있어 하고 그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남편은 벌떡 일어나 그분에게 거수경례로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