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얼굴로 나만 따라다니던 어머니가 깜빡 잊었다는 듯 물뿌리개를 찾아 화초에 물을 주기 시작하셨다. 봉사활동에 바쁜 아내를 대신해 화초에 물을 주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고, 그것은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그냥 두라고 해도 어머니는 아내가 뭐라고 하든 남은 화초까지 정성스레 물을 주고는 배부른 가방을 챙기셨다. 어머니가 물을 주시는 것은 잠시라도 생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였다.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으신 어머니를.. 어머니가 정상적인 행동을 하실 때마다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차라리 ...
눈만 뜨면 나보다 먼저 깨어, 날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지인들이 보내는 영상과 글귀이다. 하나같이, 지켜야 하는 건강에 대해, 마음 다스리기에 대해, 어떻게 하면 품위 지키며 오래 살 수 있는가 하는 잠언 같은 글이다. 따라 하기만 하면,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을 보장받을 성싶은 믿음 주는 글들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매일 좋은 글의 홍수 속에 사는구나, 남들은 이 좋은 글들을 어떻게 다 알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엔 한 지인이, 어느 노교수님이 하셨다는 지혜의 말을인용한 내용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것은, 나이 ...
2025년은 시인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고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추모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이 기획, 진행되고 있다.윤동주는 어릴 때부터 별을 참 좋아했고, 예쁜 글을 썼다. 그는 1917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곳은 함경북도 출신 이민자들이 만든 한인촌이었다. 캐나다 선교사가 설립한 은진중학교를 다니다가,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편입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신사 참배를 거부하는 운동을 펼치자, 뜻을 함께해 자퇴한다. 그 뒤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외로운 아이가 소통을 하며 성장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엘리오는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고,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고모와 함께 살게 된다. 고모는 엘리오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두 사람은 공군 우주센터 근처에서 함께 지낸다. 엘리오는 자신이 고모의 인생을 방해하는 존재라고 느낀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누군가 나를 데려가 줬으면 하고 바라본다. 지구에서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엘리오에게 우주는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진다.영화 엘리...
우린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아기를 살리고 기꺼이 죽음을 택하며 이렇게 읊조린다. 그가끝맺지 못한 말이 맴돈다. 드라마를만든 황동혁 감독이 부연했다. 기훈이 삼킨 말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였다고. 2021년 시즌1 공개 이후 미국 에미상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 감독상 등6관왕을 차지하고,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K콘텐츠 위상을 드높인 오징어 게임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물으며 대장정을 마친다.오징어 게임 시즌3의 성기훈(이정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