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소하는 대신 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그는 당신, 계란 프라이 먹을 거야, 커피 마실 거야?라는 질문으로 내 대답을 기다렸었다. 계란 프라이를 먹을 건가, 말 건가? 식탁 위에 계란 프라이가 놓여 있으면 먹을 수도 있고, 먹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식탁에서의 나의 식사 방법이었다. 된장찌개를, 김치를, 가족이 먹기를 원한다고 식탁 위에 올리던가? 여러 가지 반찬은 준비해 두면 그냥 식구들은 원하면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선택에 계란 프라이라고 특별하지 않았다. 나는 계란 프라이도 그렇게 대하고 싶...
트럼프의 즉흥적인 관세전쟁은 미국 법원으로부터도 제동이 걸렸다.지난 8월29일 워싱턴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국제 비상 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그의 관세정책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미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그가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는무효가 되고 잠시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윤기향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경제학 교수트럼프가 간과하는 중요한 경제 원리가 있다.미국이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무역에서 거의 매년 무역적자를 보지만 이 적자로 인해 해외로 유출된 달러는 투자의 형태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recyc...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만들 거야. 와인도 곁들이자. 마치 이미 다 차려진 식탁 앞에 앉은 듯 사뭇 들뜬 그의 목소리에는 멜로디가 스며있다. 그는 오늘 저녁 식탁을 위해 냉동실의 고기 덩어리를 끄집어냈다. 돌덩이 같은 고깃덩이가 녹으려면 종일은 걸리겠다는 생각을 나는 마치 남의 일인 듯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고 있었다. 내가 부엌일에, 그러니까 음식을 만드는 일에 남의 일이듯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음식은 내가 만들게. 익숙하잖아? 요리하기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지만 소스며 재료가 다른, 이쪽의 음식을 다시 배우는 일에 막막해...
지난 8월,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회담을 3시간여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난 것 같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호들갑을 떨었다.윤기향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경제학 교수이를 보면 그는총 먼저 쏘고 나중에 조준하는 인물임이 맞다. 이 대통령은 그의 그런 전략을 간파하고동요하지 않았다.그의 심한 변덕은 중국, 브라질, 인도와의 협상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 4월8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84%로 상향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다시 중국의 팬타닐 마약 단속을 문제삼아 관세율을 125%로...
손으로는 꽃잎을 따면서도 아이의 눈은 여전히 날아다니고 있는 다른 나비를 쫓고 있었다. 아이의 눈이 별안간 한 곳에 머물렀다. 아이의 눈에서 야릇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려 있던 남은 꽃잎이 땅에 후루루 떨어졌다. 마악 날아 와 꽃 속에다 대롱을 꽂고 꽁무니를 치켜든 채 꿀을 빨기 시작하는 다른 나비를 발견한 것 같았다. 아이가 다시 발소리를 죽여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까치발을 한 발걸음은 몹시 조심스러웠다. 살금살금 다가간 손이 마침내 한창 꿀을 빨고 있는 나비의 날개를 덮쳤다. 아이의 손아귀에 잡힌 나비가 ...
내리막길이다. 마음은 급한데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고 있다. 길 끝 사거리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유난히 짧아 한번 놓치면 보통 때도 지루할 만큼 기다려야 한다. 오늘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하필이면 내가 맡은 영어 시험을 보는 날이다. 담당 과목 교사는 시험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대기하며 고사 기간에 일어날 수 있는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제발 빨간 신호에만 걸리지 말아라.Adobe Stock마치 내 마음을 읽고 일부러 심술을 부리는 듯, 초록신호가 깜박거리더니 노란 불로 바뀐다. 멈춰 섰다가 늦을 것이냐, 신호를 무시하더라...
노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아내에게 나비와 비교되어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눈치로 꿰뚫어 알고 있었다. 나는 평소 직접 적인 표현보다 빙 둘러 변죽을 울리는 듯한 아내의 이러한 말의 습관을 참 싫어했다. 마땅찮으면 차라리 어머니처럼 화투판에다 부엌칼이라도 내리꽂으며 손등이라도 내밀던가, 어떻게 하나 두고보자는 듯 잠자코 있다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독한 말로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아내의 방법, 나는 그것을 아주 싫어했다. 비록 좋지 않은 운 때문에 지금까지 재미를 본 것 이상으로 많은 금액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긴 했지만,...
부끄럽다!나이 먹은 게 부끄럽다!요즘은 이런 자괴감에 빠지는 일이 잦다.나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우연히 접한 뉴스에서 교육부장관 후보 C씨의 인사청문회 현장의 영상과 기사를 보았다.음주운전, 논문표절, 학생에게 폭력행사, SNS 정치적 발언 등의 논란이 불거져 지명이 멈칫한 상태로, 그는 이미 3건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었다. (편집자 주: C씨 임명안11일 재가)교육부 장관이라면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무부서로서 교육적 철학과 소신, 도덕성을 필수로 들지 ...
공원 한 쪽에 무리 지어 핀 철쭉꽃이 불이라도 붙은 듯 눈부시다. 나비들이 기웃거리는 철쭉꽃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얼굴을 묻고 있다. 호랑나비에다 유심히 눈길을 주고있던 아이 하나가 살금살금 다가가 잡으려하자 꽃 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나비가 놀라 황급히 달아난다. 손놀림이 잽싸지 못한 아이는 번번이 나비가 꽃에서 떨어진 후에야 꽃봉오리를 덮친다. 나비는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 아이보다 먼저 꽃에서 날아올라 이 꽃 저 꽃 사이를 날고 아이는 철쭉꽃만큼이나 붉은 볼을 한 채 나비만 쫓아다닌다. 아이는 집요하다.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
고엽제는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비호지킨암, 호지킨암,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백혈병, 침샘암, 담낭암, 방광암, 다발성 골수종 등과 같은 각종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초신경병증, 포르피린증, 버거병, 당뇨병, 파킨슨병 같은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언급한 질환 외에도 다양한 병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그렇다면 이 고엽제는 대체 왜 전쟁터, 특히 전방에서 사용됐을까. 20세기 초 제2의 농업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건이 벌어진다. 질소 비료의 발명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인류는 더 막대한...
김남수씨편의점에서도 맥주와 와인, 각종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2018년 온타리오 보수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이 정책은 오랫동안 불가능한 약속으로 여겨졌다.그러나 지난해 더그 포드 온주정부가 수많은 장벽을 넘어 결단을 내리면서 2024년 9월부터 시행되었고 소매업 유통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소비자 편익과 지역경제 활성화무엇보다 소비자 편익이 크게 확대되었다. 주류 구입을 위해 더 이상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제한된 영업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편의점위원회(Convenience Industry...
콜로세움이며 바티칸 등 로마 시내를 종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이 온통 왁자지껄했다. 부엌에서 저녁 준비라도 하는지 음식 냄새만 날 뿐 여자는 보이지 않았고, 남녀 우리 학생들이 몇 명 와 있었다.관광 다녀온 학생들이 로마에서 나간대요.혼자 식사 준비하던 여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좀 부산해진 집안 분위기보다 여자의 얼굴에 화색 돈 것이 오히려 보기가 나아서 여자를 도와 식탁을 차렸다. 이곳에 묵으며 다른 도시로 관광을 떠났다 돌아온 세 명의 남학생이 도중에 만났다며 두 명의 여학생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