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 소설 <엘 콘도르> 연재를 마치고

미국땅에살던애나는가끔전화를해아버지와대화를나눴다.아버지연세가그렇게많은줄몰랐어요.아프지마세요,아버지.애나는전화를할때마다그렇게말하다가아버지,죽지마세요.하며늘울먹이면서전화를끊었다.애나와통화를마친아버지,제임스힐스목사는말했다,애나는전화할때마다죽지말라고하네.라고.아버지가연세많아죽을까걱정하던애나가몇년전에저먼저세상을떠났다,심장마비로.그때그녀의나이예순초반이었다.이미건강을잃어가던중이던아버지제임스힐스목사는나더러죽지말라던우리애나가나먼저죽다니..하면서울었다.그애나,그녀는내가늦게제임스힐스목사와가정을이루기훨씬전그녀의나이,7살에코스타리카에서입양되었다.이미3남1녀...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7)

25. 콘도르를 만나다 드디어 마이클과 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페루에 가는 비행기다. 얼마 만인가? 일곱 살 때 떠난 고국에 남편과 함께 가는 것이다. 어머니와 가기로 한 여행이었다. 나와 페루에 가고 싶다고 하신 어머니의 말은 나와 마이클을 보내기 위한 작전이었을까?그렇다면 어머니의 작전계획은 완벽하게 이루어진 셈이다.25. 콘도르를 만나다 드디어 마이클과 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페루에 가는 비행기다. 얼마 만인가? 일곱 살 때 떠난 고국에 남편과 함께 가는 것이다. 어머니와 가기로 한 여행이었다. 나와 페루에 가고 싶다고 하...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6)

24. 샬 위 댄스 마이클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나! 마이클이 자동차에 내리던 날 대뜸 안고는 얼굴을 들여다보고 입을 맞추며 기꺼워했다. 그는 그렇게 깍듯하던 절제된 행동은 다 잊은 것 같았다. 이제야말로 그도 내가 아는 내 남편 마이클이었다.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냉랭하던 기운이 사라지자 우리가 마치 열애 중인 것 같았다. 시아버지로부터 물러 받은 와이너리와 함께 마이클이 시작한 레스토랑은 그의 열정과 애정을 기울이는 비즈니스였다. 그러나 마이클과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5)

23. 반 전 짧은 겨울 방학을 마친 브라이언의 두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했다. 나는 두 아이들을 버스 정류장(Bus Shelter)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에게 추운 날씨는 겨울의 특징일 뿐이었다. 눈길에 푹푹 빠지면서도 서로 장난치며 까르르 웃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기도 하는 두 아이의 가방을 받아 양 쪽 팔에다 걸고는 천천히 따라 걸었다. 그러고 보니 캐나다 부모들은 자녀들 양육에 비교적 대범한 것 같았다. 길고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 몸을 너무 감싸지 않고 키웠다. 성탄과 신년 휴일이 포함된 두 주간의 ...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4)

22. 오 해 농장에 사람들이 보이면 봄의 시작이었고 그들이 떠나면 가을이었다. 이른 봄에 자메이카에서 멕시코에서 온 그들은 농원을 누비며 시기에 따라 할 일을 알아서 했고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 분야의 일을 한, 전문가였다. 디에고가 떠난 후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지 오래였어도 어머니는 건강하셨을 때처럼 꽃 가꾸는 일만큼은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였고 그것은 어머니가 가장 잘 하시는 일이기도 했다. 올해도 어머니의 손과 늦여름부터 내 손을 보탠 정원은 늦가을까지 꽃으로 화사하...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3)

21. 페루를 그리다병원에서 나온 이후 나는 어머니 집에서 머물고 있다.내가 다시 마이클이 있는 집엘 가게 될지 나는 모른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 떨어져 지내며 서로에 대해, 우리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내린 벌이다. 집에 가면 많이 쉬자, 애나. 그 날 병원에서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마이클은 날 데리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었다. 그것은 유산을 한 이유와 그것으로 인한 내 심정과 상관없던, 당연한 일이었다. 애나는 내가 데려가겠네, 마이클. 그런데 수아와 함께 오신 어...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2)

20. 벌 받다 나는 집으로 왔다. 추리 하우스에 오를 수 없는 겨울이면 창밖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며 삼뽀냐를 불었던 어머니의 집, 내 방이었다. 토해내야 할 말은 찼지만 나는 속에다 가뒀다. 입을 다무니 무슨 일이 있었던지 알 리 없는 식구들은 내 주위를 맴돌며 애만 태웠다. 다만 마이클의 음주를 차마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했을 브라이언만이 그 밤에 날 홀로 남겨둔 탓이라며 자책을 할 것 같았다. 네 탓 아니야, 브라이언. 그 말은 하고 싶은데 나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일조차도 하기 싫었다. 말을 한들 달라질 것이 없었다. 사...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1)

19. 그리고 카오스 몇 날 째 나른하고 의욕이 없었다. 마이클이 출근을 하고나면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누워있었다. 늦여름에 찾아온 감기몸살 같았다. 더운 차를 마시고 자리에 누웠는데 문득 어머니가 만드신 칠리(Chili)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다진 고기와 야채, 붉은 강낭콩에다 칠리를 넣어 걸쭉하게 끓인 음식이었다. 느끼하지 않은 칠리 한 그릇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팀 홀튼으로 갔다. 커피로 머리를 개운하게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칠리를 먹고 싶었다. 어머니가 만드신 것과 맛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30)

18. 아, 어머니 브라이언과 수아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코리아로 가기로 결정한 것은 아이들의 여름 방학을 앞두고였다. 오래 친정엘 가지 못한 수아에게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다. 수아야, 이번에 가면 부모님을 초대하려무나. 너희 사는 모습, 보고 싶으실 거야. 부모님의 권유로 친정 부모님까지 초대하게 된 수아는 차마 아이처럼 환호를 지르지는 못하고 웃기만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 아이에게 코리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면 이렇게 해야 한단다, 하며 가르치시고 이안은 인터넷에서 엄마의 나라 코리아에 대해 공부하며 출국 이전의 잔잔...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9)

17. 부부 물비늘로 반짝이는 집 앞 나이아가라 강은 내려앉은 별 총총한 밤하늘 같았다. 어머니집 앞의 온타리오 호수로 흘러갈 물이었다. 이리호수가 집에서 20여분 채 떨어지지 않았고 내 집에서 온타리오 호수변의 어머니의 집까지는 40여분 떨어진 거리다. 이리 호수의 물이 미국과 연결된 피스 브리지를 지나면서 나이아가라 강으로 이름이 바뀌어 강폭에 따라 급하게 또는 완만하게 흐르다가 집 앞에 이르러서는 졸리듯이 머물러 있듯이 흐른다. 그러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서 폭포가 된다. 바닥 치며 떨어져 거품 물고 쓰러졌다가 다시 소용돌이와 ...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9)

16. 그녀, 수아 보고 싶어요, 애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수아가 전화로 보고 싶어요. 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혹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래서 할 말이라도 있을까, 하는.어머니는 수아를 자주 불러다오, 애나야. 하며 내게 슬쩍 당부를 하기까지 하셨다. 요즘은 이안을 따라다니느라 바빠요. 수아는 식사를 하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이안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자식을 둔 엄마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이안은 이제 걸음걸이를 배워 앞만 보고 뛰듯이 걷느라 잠시도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8)

15.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 났어요, 애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통화 중에 수아가 한 말이었다. 자신의 첫 결혼식을 떠올렸을까? 눈물 났어요. 란 수아의 그 말이 내 마음에 걸렸다. 결혼식장에 유모차를 앞세운 여자가 들어와 신랑을 향해 저 사람, 내 아이 아빠예요. 라고 했다던 그 결혼식이었다. 어떻게 감당했을까? 신부에게 너무나 가혹했을 결혼식 날의 비극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행여 나까지 수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봐. 수아가 또 말했다, 식구들이 모두 바삐 움직이던 일손을 다 놓아버린 것 같아요....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7)

14. 유월의 신부 양쪽 집안은 결혼식을 앞두고 몹시 분주했다. 결혼식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의로 집 뜰에서 하기로 했다. 애나 결혼식에는 다 초대할 거야. 특히 어머니는 아직 내게 혼담이 없을 때부터 말하셨다. 브라이언과 수아의 결혼을 섭섭하게 보낸 뒤여서 부모님은 내 결혼식엔 친구들과 비즈니스 동료들, 그리고 마을의 지인들을 초대해 집 뜰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초대받지 못했던 브라이언의 결혼식으로 부모님의 마음엔 여태 삭지 않은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겠지만 나는 브라이언에게서 들은 그 이유를 차마 부모님께 말씀드...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6)

12. 프러포즈 그렇게 마이클을 만나면서 겨울을 보냈다. 캐나다의 겨울이 원래 그렇게 짧았던가? 늘 아쉽게 왔다가는 봄 같았다. 매일 마이클을 만나 봄날의 햇살처럼 화사하게 보내느라 어쩌면 계절의 경계도 의식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유난히 짧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을 딴 데다 둔 탓이었을 게다. 그래서 잿빛 음산한 겨울은 잊은 탓이었을 게다.그렇게 겨울을 봄처럼 보내고 자메이카에서 멕시코에서 돌아 온 인부들이 농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 때, 앙증맞은 봄꽃들이 아직은 차갑기만 한 땅을 비집고 얼굴을 내밀던 그 즈음에 마이클이...

김외숙의 연재소설 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5)

11. 첫 키스 마이클의 일이 끝나는 시간이 곧 우리가 만나는 시간이었다. 함께 드라이브한 후 식사하고 주말엔 영화를 보러 다녔다. 아직 겨울이 미적대고 있어서 우리가 만나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였는데 마이클은 여태 내 눈치를 보느라, 나는 아직은 마이클을 더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앞세우느라, 그리고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노 라고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을 속에다 둔 탓에 서로가 성큼 다가가지 못한 채 주저하고 조심했다. 마이클은 겨울이 물러나면 파크웨이를 따라 자전거를 타자고 하더니 너랑 어서 보트를 탔으면 좋겠다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