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10)

안내를 맡은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반갑게 남편과 나를 맞았다. 찾는사람이 없어 무료했다는 빛이 역력한 애티가 나는 얼굴이었다. 실내엔 실물 크기로보이는 매켄지 마네킹이 서 있고 여러 모양의 인쇄기들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열되어 있었다. 인쇄기들은 생김새와 크기가 제각기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효율적인 성능의 새로운 인쇄기로 발전된 모습이었다.남편은 들어서며 사진기부터 작동하고 있었다.이곳은 캐나다의 가장 오래 된 인쇄 박물관입니다. 나무로 만든 이 나라 최초의인쇄기와 금속 인쇄기 등 인쇄역사의 발전을 한 눈에 볼 ...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9)

정말 온다고?다른 것 다 말고 직접 가서 라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 어쩐지 그 말의 이면에다른 저의가 있는 것 같아서였다.왜, 가면 안 돼요?지극히 사무적이던 유 기자의 그 말투가 갑자기 어깃장으로 돌변했다. 불현듯 한때 그가 한 말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왜 그렇게 허전했을까? 그것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과는 어쩌면 영영 안녕을 고해야 함을 전제한 대답이었으므로 내 마음은 그렇게 허전했을 것이다.무슨 낙으로 사나?그런데 푸른 눈에게 예스로 통보를 한 후 허전한 마음에 유 기자와 술을 마시는데 취한 유 기자는 더 낙심한 소리로 넋...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8)

그러니까 평소에 그렇게 언질을 주고 눈치를 줘도 알아들은 척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직지가 무슨 의민지 아시죠, 누님?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다만 직지를 찾아야했던 유 기자의 심정은 알고 싶었다. 아니 확인하고 싶었을 게다.부처님 맘은 아닐 것 같고, 유 기자 맘 들여다보기 위해 왔다는 뜻이야?아, 돌겠네. 자기 맘 들여다보려고 온 줄도 모르고..그 때부터 유 기자는 마시지 않았다. 도통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도저히 대화를못 하겠다는 듯 원망스러운 눈빛을 하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더맹한 얼굴로...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7)

이 땅이 캐나다라는 나라로 존재하기 이전, 원주민만 터를 잡고 살았을 그 시대에 이미 우리는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고 그것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것을모르지 않을 유 기자가 적어도 인쇄의 역사로는 신생국이나 다름없는 이 나라의 것에 관심을 둘 줄은 생각지 못했다. 유 기자의 관심은 인쇄기를 거쳐 간 세월의 길이가 아니라 그것의 쓰임새와 보관, 그리고 인쇄문화가 역사에 끼친 영향에 대한것이었다. 오래 전 우리의 선조가 직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부처의 마음을 찾으려 한 사실을 떠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나도 가보고 싶...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6)

인쇄 박물관이 있었네, 이 동네에?어느 날, 타운에서 발행한 지도를 들고 미처 현장답사를 하지 못하던 곳을 체크하던 중에 나는 박물관 하나를 발견했다.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박물관이야.남편이 여상하게 말했다.가장 오래? 왜 이제야 얘기해요?그러니까 우리의 청주 고 인쇄박물관과 같은 박물관이 이 동네에 있다는 말이었다.찰나에 청주로 가는 고속도로와 멀리서 보면 마치 크고 작은 항아리가 있는 장독대 같던 청주의 그곳이 눈앞으로 스쳤다. 직지는 없었지만 우리의 인쇄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곳, 그리고 유 기자와 내가 직지와는 상관도 ...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5)

2011년을 기준으로 인구 15,400명이 사는 동네, Niagara On The Lake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북쪽, 나이아가라 강이 온타리오 호수를만나는 지점에 터를 잡고 있다. 이 동네에는 캐나다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행되었거나 가장 오래 된 여러 가지가 있다. 1792년부터 1796년까지, 어퍼 캐나다(남부 온타리오 주)의 첫 수도였고 노예입법 제정이 처음으로 통과되었는가 하면, 처음으로도서관을 세웠으며 가장 먼저 신문을 발간하였다. 북미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골프장을 두고 있는가 하면 1996년에는 ...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4)

그러나 그가 서재에서 책자를 찾을 때 나는 문득 자연경관을 제외한 이 나라에서 내세울 특별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살던 땅으로 이주해 와 나라의 틀을 갖추고 지금의 큰 나라가 되기까지 200년이 채 걸리지않은 나라가 이 나라였다. 내게 이 나라는 덩치만 큰 아이 같은 나라였다. 그러니까광대한 자연에 비해 역사는 아직 묘목 같다는 생각이 내겐 없지 않았다. 반만년이란 역사의 배경에다 내린 뿌리를 두고 몸만 와 시작했으니 이 땅에서의 적응은 그래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내가 취재차 외출을 하자 당연한 ...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3)

뭐에 대해 쓸 생각이야?일단 희미하게나마 품었던 오해가 풀리자 나보다 그가 오히려 성급했다.글쎄...그의 질문의 요점을 먼저 캐치해야 했다. 그러니까 십 년을 더 살았으니 이제는이 땅의 뭔가가 눈에 들어왔을 거 아니냐는 의미의 질문일 터였다.이 동네에 대해 써 보면 어때?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가 먼저 제의를 했다.동네라고 했어요?아니, 이 광대한 나라에 대한 특집을 겨우 동네 이야기로?나도 모르게 불쑥 반감이 솟구쳤다. 월간지 특집을 함부로 보는 것도 같았다.응, 우리 동네. 작아도 캐나다를 말할 상징적인 동네거든.그러나 그는 ...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2)

마치 시작도 하기 전에 큰 벽부터만난 듯 난감했다.못한다고 할 걸 그랬나?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버렸고 나는 길게 다리를 펴고 누워 생각에 빠졌다.나만 쓸 수 있는 것이라..그러나 아무리 흉허물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원고청탁을 두고 식언을 할 수 없으므로 나는 고심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특집을 위해 이 나라를 두루 보고경험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내가 본 특별한 것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면 특집의 소재로 충분할 거였다. 그것은 이 나라가 지닌문화나 관습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생각 또는 자연일...

김외숙의 연재소설 김외숙 중편소설 '직지를 찾다' (1)

어렴풋이 들리는 벨소리에 팔을 뻗어 머리맡의 수화기부터 들었다. 잠결이었으므로 여태 몽롱한 상태였다.누님, 은 작가님, 자요?누님으로 시작했다가 은 작가로 바꾼 수화기 속의 소리와 누구야, 이 밤에?란남편의 짜증이 동시에 내 귀에 들어왔다. 누님이 은 작가님으로 급히 호칭이 바뀐 것으로 보아 낮술에 취해 하는 전화는 아니란 짐작을 잠결임에도 할 수 있었다.코리아?돌아누우며 남편이 물었다. 코리아?라고 물었지만 그는 이미 코리아의 누구로부터란 것 까지도 짐작을 할 것이다. 밤과 낮이 정반대여서 자칫 자는 사람을 깨울수 있다는 이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