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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작원 지령받은 공범
‘간첩’ 유무죄 갈린 이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30 2025 11:40 AM
텔레그램서 접촉 ‘보리스’ 정체 핵심 대가로 준 코인 “북한 출처” 보고서 기밀 빼돌린 장교 재판서 인정 안돼 군인 포섭한 남성에겐 국보법 적용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를 포섭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범행 과정에서 오간 가상화폐(코인) 출처를 북한으로 본 사설기관 보고서가 핵심 근거인데, 앞서 확정된 장교의 재판에선 유죄 판단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 항소심 판단이 주목된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인거래소 대표 이모(42)씨에게 최근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었던 범행이었다"고 질타했다.
이씨는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시를 받고 군사기밀을 빼내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2016년쯤 알게 된 텔레그램 대화명 '보리스'의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일하다가, 2021년 60만 달러(약 7억 원) 상당의 코인을 받고 포섭됐다.
이씨는 전직 군인이던 사촌동생을 통해 범행에 가담할 현역 장교를 물색했다. 장교 한 명은 그의 꼬드김을 거절했지만, 인터넷 도박 빚에 시달리던 대위 A씨는 코인을 주겠다는 제안에 넘어갔다. 이른바 '김정은 참수부대'로 불리는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3특수임무여단 소속이었다.
보리스가 노린 건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합동참모본부가 각 군과 작전∙지휘사항 등을 주고받기 위해 만든 통신망이다. 이씨는 보리스를 대신해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매해 A씨에게 보낸 데 이어, 원격 통신이 가능한 해킹 장비 부품까지 전달하려고 조립하던 중 적발됐다.
쟁점은 보리스의 정체였다. 국가보안법으로 의율하려면 상대가 반국가단체, 즉 북한 소속이라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검찰은 보리스가 이씨와 A씨에게 전송한 코인의 출처가 북한임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조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보리스의 코인 지갑은 북한 소유 지갑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별도 기소된 A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작성자가 "중국 등 다른 국가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면서, 법원은 그에게 국가보안법이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이씨는 A씨 판결을 근거로 자신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 사건 1심 재판부 결론은 달랐다. 체이널리시스 분석 기법은 미국 연방지방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할 정도로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보고서에 관여한 다른 직원 등을 추가로 불러 증언을 들었다.
재판부는 "A씨 사건 결과가 이 사건에 기속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분석을 함께 진행한 직원이나, 보고서를 번역하고 추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검수한 직원의 법정 진술을 종합하면 보리스를 북한 공작원으로 판단한 체이널리시스 분석 결과엔 상당한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보리스가 △통일부 내부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던 점 △북한이 살해 협박한 반북 활동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점 △영관급 장교를 포함한 현역 군인들에 대한 상세한 개인정보를 갖고 있던 점을 새롭게 밝혀내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판단 근거로 들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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