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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피트 상공의 성추행
뉴스칼럼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Jun 21 2019 06:30 PM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친절한 하늘길(Friendly Skies)‘은 항공사들이 내세우는 모토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밀폐된 초만원 공간의 비좁은 좌석이나 난기류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성추행이 증가, 설레는 여행이 ‘불친절‘’을 넘어 ‘끔찍한 하늘길’로 변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승객안전이 최우선 과제인 11만5,000명 미국의 항공기 승무원들은 전원 비상사태 대처법을 훈련 받는다. 그러나 요즘 안전 이슈는 기체 결함이나 기상악화만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LA타임스도 지난주 ‘3만피트 상공’에서 승무원들이 대처해야 하는 기내 성범죄에 관해 보도했다.
한낱 가십으로 치부되던 기내 성추행에 대한 경계령과 함께 처벌강화가 촉구되는 것은 최근 몇 년 관련 소송 및 판결과 미디어 보도가 늘어난 덕분이다. 잠든 옆자리 승객을 성추행한 남성이 지난해 말 9년 징역형을 받은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FBI에 신고된 성추행 건수는 2014년 38건에서 2017년 63건으로 증가했는데도 신고 안 된 케이스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피해자는 주로 여승무원과 여성 승객인데 성추행을 ‘범죄’가 아닌 ‘불편함’ 정도로 보는 편향된 시각 때문에 신고 자체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미 승무원협회(AFA) 서베이에 의하면 승무원의 경우 70%가 비행 근무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나 회사에 보고를 한 사람은 7%에 그쳤다. 회사의 보복이 두려워서였다. 실제로 한 여승무원은 자신의 엉덩이를 때린 한 남자승객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가 회사로부터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징계를 받을 뻔 했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다행히 자신의 취중 성추행을 뒤늦게 반성한 가해자가 백배사죄 편지를 보내와 피해 승무원은 징계를 면했다.
승무원 5명 중 1명은 승객으로부터 성범죄 신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가해자를 체포할 경찰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대부분 성범죄 대처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3만피트 상공에서 911에 전화할 수도 없으니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 시키고 항공기 착륙 후 현지 경찰에 넘기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승무원에게 신고된 성범죄 케이스 중 사법당국이 개입하는 경우는 그중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 이후의 절차가 피해자에게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론의 관심이 늘면서 당국도 적극 대처에 나서고 있다. 2018년 3월 연방의회는 교통부에 ‘비행 중 성범죄 전담반’ 신설을 지시했고 금년 초 전담반의 첫 미팅이 열린 후 상당수 항공사가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기내 성범죄 대처 훈련을 시작했으니 올여름부터는 승무원들의 보다 효율적 성범죄 대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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