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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사회 미래비전을 위한 생각
신우재(문화평론가·전 청와대 대변인)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Jun 22 2022 09:33 AM
재미 동포사회의 미래비전을 이야기하는 모임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계기가 없었고, 관련한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코멘트는 일반론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의논할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려 합니다. 그 답안은 동포사회의 여러 문제를 늘 생각하며 사시는 동포사회 지도자 여러분이 더 잘 찾아내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재미동포사회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맞은 몇 가지 새로운 상황을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는 코비드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반감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신냉전 시대가 전개되면서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탄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중국과 중국인이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아시아계 이마에 국적이 새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한인공동체도 그 피해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백인사회의 인종주의는 근절이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숨었다 드러났다를 거듭하는 문제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재미동포사회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또 하나의 새로운 상황은 재미동포사회의 세대교체입니다. 재미동포사회의 주축은 아마도 1960년대 이후부터 2000년 이전에 이주한 분들일 것입니다. 미국이 이민정책에 관대하고, 한국은 안보위기와 저개발로 살기 어려운 환경인지라 기회를 찾아서 대량 미주 이민이 일어난 시기에 온 분들입니다. 이 동포사회 주력세대들이 이제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바통을 넘겨주고 있습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다를 것입니다. 선대들의 삶의 방식을 그다지 존중하지도 않을 것이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모국과의 인연도 선대와는 많이 다를 것으로 봅니다. 이들이 재미동포사회의 미래 주역이기에 현재 재미동포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들을 주목하고 이들을 중심에 놓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요?
셋째는 최근 두드러지게 드러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입니다. 유엔의 한 기관은 작년에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는데 가장 회의적인 것은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제 이것은 모든 지표와 통계로 볼 때 어엿한 사실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주의 나라이고, 첨단하이테크에서 재래 산업까지 고루 갖춘 산업대국입니다. 뿐만 아니라 K자로 시작하는 대중문화 각 부문을 비롯하여, 식품 등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디지털 사회를 앞서 이끌고 있는 것도, 의료 치안 대중교통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모범을 보이고 있는 나라도 한국입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행을 깨고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여 친미노선으로 복귀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 준일, 한국 도착 후 제일 먼저 삼성전자를 방문하고. 맨 마지막 일정을 현대자동차의 총수와 함께 한 일, 그리고 귀국 후 방탄소년단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일 등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들입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이제 미국에 첨단산업 분야에 투자하여 미국의 경제 기술 고용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대기업 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이 그리 흔한 일입니까?
한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독립을 얻고 한국전쟁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 후에도 미국의 원조로 나라살림을 꾸려나가고 미국의 군사원조로 치열한 남북대립을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미국 밖에서 미국의 이상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믿습니다. 많은 우리 동포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듯이, 오늘날 아시아 각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여 한국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미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모국이 새로 갖게 된 국제적 위상과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활용해야 될까요? 이런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여 재미동포사회의 백년대계를 업데이트하고 또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우재(문화평론가·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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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