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오바마의 기자회견, 한국기자들 왜 숨죽였나
오바마의 기자회견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Apr 21 2014 02:13 PM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장.
“이번엔 한국기자 질문을 받겠다. 질문해 달라.” 오바마는 수없이 많은 손을 예상하면서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질문 있다”면서 올라간 손은 없었다.
대통령은 그제야 이해하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말했다. “사실 통역이 진작 있어야 했는데 준비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한국어로 질문해 달라. 통역이 여기 있다”고.
그래도 회견장은 조용했다. 거북한 정적이 흘렀다. 오바마는 의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 대통령인 나에게 질문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난감한 감정을 넘어 무시당한 기분도 있었다.
이날 회견장에는 100명에 가까운 국내 기자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외신기자들이 있었다. 드디어 정적을 깨뜨리며 한 기자가 벌떡 일어났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나는 …” 이라고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름은 루이청강, 중국기자라면서 질문을 던지려 했다. 원어민 영어가 유창했다. 오바마는 그를 제지했다. “아니 나는 중국기자가 아니라 한국기자의 질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기자도 고집이 있었다. “나는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하려 하는데… 그럼 한국기자들에게 내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세상에 이런 기자회견장도 있는가. 대리 질문자를 놓고 찬반 투표한다? 망신이다.
감히 미국 대통령에게 지지 않게 도전하는 중국기자가 건방지게도 보인다. 아니꼽지만 용기와 배짱은 가상하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이 당돌한 제의를 거부하면서 그는 다시 장내를 살폈으나 한국 기자는 끝내 없었다. 오바마가 평생 처음 당해본 불유쾌한 경험이었다. 결국 중국 기자가 이겨서 그는 질문하는 영광을 얻었다.
회견을 담은 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 세계를 돌고 있다. 토론토 어느 모임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지난 주였다.
“보통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까지 철저하게 벙어리라니.” 교민 M씨의 개탄이었다.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친절을 베풀었다. 침묵으로 일관한 한국기자들은 알아야 할 것을 속속들이 이미 다 안다는 건지, 아니면 ‘당신 같은 정치인에게는 물어볼 게 없다’는 오만한 태도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는 수줍음 때문인지, 좌우간 한국인 전체의 망신이다”고 M씨는 성토했다.
유튜브에 오른 답 글 중에는 “한국인의 개망신 인증이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 앞에선 늘 살살거리기만 했으니 미국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물을 수 있겠나’, ‘입시 위주 영어교육이 초래한 병폐’, ‘국민적으로 영어교육에 쓰는 돈이 얼만가. 외화 쓰며 어학연수 몇 년 다녀오면 뭘 해’ 하는 등의 여러 비난조 댓글들이 가슴을 친다.
오바마는 이날 혼자 등단했다. 장관이나 보좌관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한국식과는 달랐다. 이슈가 될 만한 사항에 대해서 보좌관이나 전문가 조언 없이도 자기가 다 알아서 대답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 하나의 배울 점이다.
이와 반대로 최근 추락한 무인정찰기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에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등과 장관들이 여러 명 배석했다. 그들의 일할 시간을 빼앗는 후진국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디오를 보면서 이해 안가는 점은 한 둘이 아니다. 언론사 책임자들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거물 중의 거물의 기자회견을 가볍게 보고 견습 수준의 기자를 보냈는지. 영어질문은 고사하고 한국말로도 한 개의 질문을 못하는 기자도 기잔가. 북한의 핵무장, 무인정찰기 사건, 북한은 아직도 악의 축인지(Axis of Evil),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의 이해타산,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왜곡, 수상의 신사참배, 독도 문제 등 궁금한 점은 수도 없이 많다. 북한과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고 한국입장을 개진하는 황금의 기회가 불유쾌한 에피소드로 마감했다. 앞으로 한국기자가 얼굴을 들고 국제무대에 나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태인 교육법 중에 “얘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는 것이 있다고. “뭘 배웠니”가 아니라 그날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부모가 묻는 교육법이다.
캐나다를 방문하는 한국 고위 인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연설을 인내로 듣는 것도 경우에 따라선 필요할지 몰라도 폐부를 찌르는 질문 한마디는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이다. 이것은 교민사회 문을 두드리는 캐나다 정치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엔 한국기자 질문을 받겠다. 질문해 달라.” 오바마는 수없이 많은 손을 예상하면서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질문 있다”면서 올라간 손은 없었다.
대통령은 그제야 이해하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말했다. “사실 통역이 진작 있어야 했는데 준비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한국어로 질문해 달라. 통역이 여기 있다”고.
그래도 회견장은 조용했다. 거북한 정적이 흘렀다. 오바마는 의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 대통령인 나에게 질문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난감한 감정을 넘어 무시당한 기분도 있었다.
이날 회견장에는 100명에 가까운 국내 기자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외신기자들이 있었다. 드디어 정적을 깨뜨리며 한 기자가 벌떡 일어났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나는 …” 이라고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름은 루이청강, 중국기자라면서 질문을 던지려 했다. 원어민 영어가 유창했다. 오바마는 그를 제지했다. “아니 나는 중국기자가 아니라 한국기자의 질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기자도 고집이 있었다. “나는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하려 하는데… 그럼 한국기자들에게 내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세상에 이런 기자회견장도 있는가. 대리 질문자를 놓고 찬반 투표한다? 망신이다.
감히 미국 대통령에게 지지 않게 도전하는 중국기자가 건방지게도 보인다. 아니꼽지만 용기와 배짱은 가상하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이 당돌한 제의를 거부하면서 그는 다시 장내를 살폈으나 한국 기자는 끝내 없었다. 오바마가 평생 처음 당해본 불유쾌한 경험이었다. 결국 중국 기자가 이겨서 그는 질문하는 영광을 얻었다.
회견을 담은 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 세계를 돌고 있다. 토론토 어느 모임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지난 주였다.
“보통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까지 철저하게 벙어리라니.” 교민 M씨의 개탄이었다.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친절을 베풀었다. 침묵으로 일관한 한국기자들은 알아야 할 것을 속속들이 이미 다 안다는 건지, 아니면 ‘당신 같은 정치인에게는 물어볼 게 없다’는 오만한 태도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는 수줍음 때문인지, 좌우간 한국인 전체의 망신이다”고 M씨는 성토했다.
유튜브에 오른 답 글 중에는 “한국인의 개망신 인증이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 앞에선 늘 살살거리기만 했으니 미국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물을 수 있겠나’, ‘입시 위주 영어교육이 초래한 병폐’, ‘국민적으로 영어교육에 쓰는 돈이 얼만가. 외화 쓰며 어학연수 몇 년 다녀오면 뭘 해’ 하는 등의 여러 비난조 댓글들이 가슴을 친다.
오바마는 이날 혼자 등단했다. 장관이나 보좌관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한국식과는 달랐다. 이슈가 될 만한 사항에 대해서 보좌관이나 전문가 조언 없이도 자기가 다 알아서 대답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 하나의 배울 점이다.
이와 반대로 최근 추락한 무인정찰기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에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등과 장관들이 여러 명 배석했다. 그들의 일할 시간을 빼앗는 후진국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디오를 보면서 이해 안가는 점은 한 둘이 아니다. 언론사 책임자들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거물 중의 거물의 기자회견을 가볍게 보고 견습 수준의 기자를 보냈는지. 영어질문은 고사하고 한국말로도 한 개의 질문을 못하는 기자도 기잔가. 북한의 핵무장, 무인정찰기 사건, 북한은 아직도 악의 축인지(Axis of Evil),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의 이해타산,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왜곡, 수상의 신사참배, 독도 문제 등 궁금한 점은 수도 없이 많다. 북한과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고 한국입장을 개진하는 황금의 기회가 불유쾌한 에피소드로 마감했다. 앞으로 한국기자가 얼굴을 들고 국제무대에 나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태인 교육법 중에 “얘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는 것이 있다고. “뭘 배웠니”가 아니라 그날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부모가 묻는 교육법이다.
캐나다를 방문하는 한국 고위 인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연설을 인내로 듣는 것도 경우에 따라선 필요할지 몰라도 폐부를 찌르는 질문 한마디는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이다. 이것은 교민사회 문을 두드리는 캐나다 정치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